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7.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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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기름의 제왕 ‘들기름’
참깨와 들깨는 모두 ‘깨’라고 부르나 이름만 비슷할 뿐 식물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르다. 참깨(sesame)는 호마과 참깨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고, 들깨(perilla)는 식물 분류상 꿀풀과에 속하는데, 줄기가 사각형 모양으로 꿀풀과 식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참깨는 주로 종실을 식용으로 하나 들깨는 사용 목적에 따라 종실용 들깨와 잎들깨로 구분한다. 들깨 재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농사직설(農事直設, 1429년)』에 들깨의 재배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들깨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어 기를 내려주고 기침과 갈증을 멎게 하는 기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폐가 굳어진 것을 부드럽게 하고 위, 비장, 지라를 보하며 골수를 보충해 준다. 들깨를 갈아 쌀과 함께 죽을 쑤어 먹으면 살이 찌고 기가 내리며 보해진다. 병후 조리나 기운이 없는 노인에게 매우 좋은 보양식이다.

최근 생활환경과 더불어 식생활 패턴이 서구화되고 이로 인해 사망원인과 질병의 발생 추이도 많이 변화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로 당뇨,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의 만성 퇴행성 질환의 발병이 증가 추세에 있고, 순환계 질환이나 암 등에 의한 사망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만성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식이요법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들깨와 들깻잎은 이에 걸맞은 식품 중의 하나로 꼽고 있다. 들깨와 깻잎의 기능성은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암세포 증식 억제, 알레르기 체질 개선, 망막과 두뇌발달, 혈압저하 및 혈전증 개선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기능적 작용은 n-3계 고도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인 알파 리놀렌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들깨 중에는 이 지방산이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식물성 열매 중에서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물론 이외에 올레산과 리놀산 그리고 소량의 팔미트산도 있으나 몸에 유익한 리놀산과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주체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알파 리놀렌산과 리놀렌산의 섭취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리놀렌산이 부족하면 성장이나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탈모나 피부질환 그리고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 등의 부작용이 따른다. 그런데 이와 같은 중요한 생리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리놀렌산이 많은 식용유가 범람하여 이를 과잉 섭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리놀렌산의 섭취를 줄이고 알파 리놀렌산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리놀렌산과 알파 리놀렌산의 비율이 이론적으로는 1:5가 바람직하다. 일례를 들면 덴마크 국민들과 에스키모인의 혈액 중 콜레스테롤치는 서로 간에 비슷한 수준이나 심근경색에 의한 사망률은 에스키모인들이 월등히 낮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그 원인은 매우 간단하다. 에스키모인들의 식단에는 알파 리놀렌산 계열의 성분이 많고, 이에 비해 덴마크인들은 리놀렌산 계열의 지방산을 많이 섭취하고 있어서 혈소판 응집능력이 높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에 의한 사망률이 높게 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n-6 지방산과 n-3 지방산의 비율이다. 둘 다 불포화 지방산이긴 하나 n-6의 비율이 너무 높으면 체내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 n-3는 강력한 항염증, 항노화 작용을 한다. 식용유 중 n-3는 거의 없고 n-6가 대부분인 기름은 포도씨유, 해바라기유, 옥수수기름 등이고, 대두유와 카놀유는 n-3가 약 10%이고, 들기름은 n-3가 무려 60%에 이른다. 그래서 들기름을 두고 식물성 기름의 제왕이라 한다. 그러나 제왕에게도 큰 단점이 하나 있다. 들기름은 쉽게 산화된다는 것이다. 산화된 기름을 많이 섭취하면 암을 일으키기도 하고 노화를 촉진시키고, 또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들기름은 햇볕과 공기에 노출되지 않게 하고, 가능하면 어둡고 찬 냉장고에 저장해 두는 것이 산화를 지연시킨다. 그리고 착유 후에는 오래 두지 말고 60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또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볶은 채 기름을 짜지 말고 깨소금을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 종실 외 들깻잎 역시 쌈 채소로 많이 애용하고 있다. 깻잎에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 플라본(flavone) 및 플라본글리코사이드(flavoneglycoside)와 같은 안토시아닌계 색소가 많아 여러 가지 기능성을 갖고 있는데,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항암, 과산화지질 생성 억제 및 항산화 작용 등이 밝혀져 있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들기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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