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경남문단, 그 뒤안길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49)<110>경남지역의 문단 등단50주년 기록자들(18)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7.05  21:42:2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박경리의 시집 ‘우리들의 시간’(2000, 나남)에서 유일하게 진주를 소재로 한 작품이 한 편 나온다. ‘미친 사내’가 그것이다. 이 시에는 시의 대상 인물이 ‘또개’로 나온다. 진주에는 1940년대 이후 50년대까지 ‘3개’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진주극장 영화 광고판을 짊어지고 시내를 두루 다니던 ‘장개’, 박카스를 팔러 술집 밥집 두루 다니던 ‘판개’, 그리고 중앙 로타리에 있던 시외버스 차부에서 ‘산청 함양 안의 거창 가요’하고 외치던 버스 터미널 홍보원 ‘또개’가 그 셋이다. 그러니까 ‘또개’는 진주 3개의 한 사람이었다. 그를 박경리는 ‘미친 사내’라는 제목으로 시에다 불러드린 것이었다.

“옛날에/ 또개라는 미친 사내가/ 진주에 살았었다// 가는 사람 오는 사람/ 길 막고 서서/ 앞, 앞이 말못한다, 하며/ 가슴 치고 울던 사내// 갈래머리 소녀적에/ 보았던 일/ 비오는 날/나를 사로잡는다// 그는 새가 되었을까/ 앵무새가 되었을까/ 그는 꽃이 되었을까/ 달맞이꽃이 되었을까”

박경리의 기억의 창에 떠올려진 또개의 신세타령하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무슨 말못할 사연이 있어서 가슴을 쳤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나 그것보다 그 또개가 지금쯤 죽었을텐데 새가 되었을까, 아니면 꽃이 되었을까, 그것도 앵무새가 되었을까, 달맞이꽃이 되었을까 하고 상상하고 있는 것이 박경리의 넉넉한 인품으로 읽혀진다. 분명 현실사회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보다도 못한 인물이 또개인데 그에게 꽃이거나 새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있다.

필자는 이 시를 읽고 신라시대 선덕여왕을 사모한다고 외치고 다니던 ‘지귀’라는 떠돌이 거지에게 선덕여왕이 그녀의 팔찌를 잠들어 있는 그 사내의 가슴에다 얹어 주었다는 놀라운 사건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박경리 작가가 선덕여왕이고 또개는 지귀인 것으로 생각이 되어진 것이다.

박경리 소설가는 이 또개에 관한 시로서 그가 4년동안 공부하며 애환을 새겨둔 추억의 공간인 진주의 상봉동 거리에게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필자의 뇌리에도 또개가 시시로 출몰하여 중학교 1학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외쳤던 ‘함양, 산청, 안의, 거창’은 지금 나의 생활권 속에 포함되므로 수시로 그는 얼굴을 내게다 들이대며 함양, 아니면, 산청, 아니면 안의, 아니면 거창 하고 외쳐댄다. 필자는 역사서 ‘산청 함양사건의 전말과 명예회복’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그 제목 속에는 산청 함양이 늘 세트로 어깨동무하고 다닌다. 그런 발음을 할 때마다 또개는 죽지 않고 살아서 산청 함양을 그의 집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진주시 상봉서동이나 상봉동동에다 뿌리고 다닌다.

필자도 박경리처럼 또개에 대한 시, 판개에 대한 시를 써야 할 것 같다. 또개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221번지로 가는 버스를 탔고 판개가 외치는 ‘박카스’라는 소리를 듣고 처음으로 박카스를 사먹었던 기억이 있기에 말이다.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