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7.0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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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장품업계의 거목 시세이도의 창업자 후쿠하라 아리노부
시세이도(Shiseido Company, Ltd.)는 1872년에 창립된 일본의 가장 오래된 화장품 회사이다. 창업자 후쿠하라 아리노는 지바 현에서 4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한방 의사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약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리노부는 바쿠후 의학소에 입소하여 서양약학 공부에 매진한다. 메이지 유신 혼란기를 피해 고향에 머문 뒤 다시 상경하여 도쿄대학 병원의 약제사로 일하다가 해군병원의 약국장으로 전임된다. 그러나 두 달 만에 병원장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 그만 두게 되는데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기가 된다.

일본의 근대화를 맞아, 후쿠하라는 새로운 서양의학과 동양의 한방을 융합시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 보급하고자 25세의 나이에 ‘미와 건강을 추구하는 과학’이라는 기업철학 아래, 신바 시 이즈모초 16번지에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약국인 시세이도를 열게 된다. 1872년 일본 도쿄의 한복판 긴자에 등장한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 약국 시세이도는 소다를 이용해 이를 닦던 시절에 치약을 팔고, 탄산음료인 ‘소다파운틴’도 내놓는 파격적인 시도를 한다. 아이스크림을 일본에 최초로 소개한 것도 후쿠하라 아리노부다. 1884년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인 의약품 제조 회사인 세이야쿠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관여하였다. 이후 의학소 시절 스승이던 마쓰모토 료준과 공동으로 출자하여 니혼바 시 혼마치에도 조제약국 시세이도를 개업하지만 출자자들이 모두 학자나 의사여서 경영관리가 방만하여 결국 도산하고 만다.

후쿠하라는 혼자 시세이도를 운영하면서 약의 제조와 판매에 집중함으로써 히트 상품을 잇달아 발매한다. 1884년에는 설사약 펩시네 엿을 발매하게 되는 데 어린이의 입맛에도 맞는 달콤한 맛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1888년에는 일본 최초로 ‘후쿠하라 위생 치약 비누’를 발매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게 되고 해군에도 납품하게 된다. 그 후 1893년에는 당시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던 각기병의 특효약인 ‘각기환’을 발매함으로써 제약회사로서의 명성을 완전히 굳히게 된다. 청일 전쟁 후 1897년 서양 의약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제조법을 동원해 개발한 당대 최고의 히트 상품이자 훗날 시세이도의 상징이 된 화장수 오이데르민(Eudermine)을 선보이게 된다. 오이데루민은 그리스어로 ‘좋은 피부’라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시세이도는 외국 화장품이 자국 시장을 지배하던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고, ‘미와 건강을 추구하는 과학’이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메이크업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

1880년대 후반부터 다이니혼 제약회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1888년에는 데이고쿠 생명을 창립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면서 시세이도에만 전념할 수 없게 된다. 그러자 시세이도의 운영은 그의 아내 도쿠가 떠맡게 되는데 시세이도는 그의 아내 덕분에 순조롭게 사업을 전개해나게 된다. 동양과 서양의 의학과 미를 융합시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온 시세이도는 1957년에 대만을 시작으로 싱가폴, 홍콩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1962년 하와이로 확장했고 1965년에는 ‘미국 시세이도 화장품 (Shiseido Cosmetics America)’를 설립이 후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후쿠하라는 77세로 작고하기 전까지 그의 여생 대부분을 데이고쿠 생명의 경영에 몰두했다. 그래서 메이지 생명보험회사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보험회사로 성장시켜놓았다. 본업인 화장품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제품을 꾸준하게 개발하여 출시하면서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홍보부서인 ‘의장부’를 본사에 설치하여 독창적인 광고와 선전을 통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후쿠하라는 일본 근대 화장품 산업계의 선구자이자 생명보험업을 정착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한 위대한 기업가였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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