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2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은 면역 기능을 높인다
원산지가 코카서스 남부 아르메니아로 추정되는 밀은 BC 1만 년 내지 1만5천 년 전부터 재배된 식량자원이며, 벼,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3대 작물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BC 100년경에 중국으로부터 유입되어 널리 재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증거로는 경주의 반월성지나 부여의 부소산 백제 군량 창고의 유적에서 밀이 발견된 것을 들 수 있다.

서양의 주식인 밀이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34kg 이상을 소비한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하기야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가는 곳마다 빵집이 줄을 서 있다. 이처럼 밀의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된 이유는 쌀에 비해 가공의 폭이 넓고 휴대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밀은 제분하여 밀가루로 만든 후 빵, 과자 빵, 비스킷, 스펀지케이크, 카스텔라, 면류 및 알코올음료 등 수십 종의 2차 가공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의 대표적 가공품인 빵은 밀가루를 물과 반죽하여 조미료를 넣고 이산화탄소로써 팽창시켜 구운 것을 말하는데, 빵에는 발효 빵과 무발효 빵이 있다. 전자는 효모를 반죽 속에 번식시켜 발효로 생기는 이산화탄소로써 부풀게 한 것이고, 식빵, 코페, 빵, 과자 빵 등이 여기에 속하며, 후자는 효모 대신에 팽창제를 첨가하여 부풀게 한 것으로 비스킷, 카스텔라, 쿠키, 스펀지케이크 등이 있다. 쌀가루를 반죽하여 찌면 떡이 되지만, 밀가루를 반죽하여 구우면 빵이 되고, 면대를 만들어 가늘게 뽑아서 가닥으로 만들어 삶으면 국수가 된다. 그런데 쌀가루는 왜 빵이나 국수가 되지 않을까? 그 원리는 밀가루에 존재하는 글루텐이란 단백질이 쌀가루에는 없기 때문이다. 밀가루를 반죽하면 글루텐이 신장하여 점탄성, 팽창성 및 탄력성이 생기기 때문에 쌀밥이나 떡과 물성이 다른 빵이나 국수가 되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편의식품으로 인스턴트 식품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인 라면 역시 밀가루가 주된 재료다. 통계에 의하면 국민 1인당 연간 70여 개를 소비하고 있으니 제2의 식량자원이라는 별칭이 잘 어울린다. 그런데 라면을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고 하는데 그 진실은? 첫째, 라면의 마지막 제조 공정에서 생라면을 끓는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저장 중에 지방의 산패가 일어날 수 있고, 또 기름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 둘째, 라면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의 함량이 부족하여 영양적 불균형 현상을 초래할 수 있고, 식품 첨가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먹으면 속을 버릴 수 있다. 셋째, 나트륨의 함량이 많아 혈압 상승으로 인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도 있다. 넷째, 라면을 씹을 때 졸깃졸깃한 점질성 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해 인산염이라는 첨가제를 넣게 되는데, 이는 칼슘과 결합하여 불용성인 인산칼슘으로 변해 물에 녹지 않아 체내에 전혀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배설되기 때문에 라면을 많이 먹게 되면 칼슘 결핍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라면을 먹을 때는 반드시 여러 가지 부식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의보감」에는 밀과 밀가루를 각각 소맥(小麥)과 면(麵)으로 적고 있다. 소맥은 발열, 이뇨작용, 간 기능 개선 등에 효능이 있고, 면은 소화, 위장, 원기회복 등에 도움을 준다. 최근 밀의 건강 기능성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세포 독성물질인 티오닌(thionin)은 대식세포의 식작용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어서 질병 예방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주고, 통밀의 추출물은 알츠하이머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고 기억력 증진에도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밀기울에는 항산화 작용이 있는 페놀 화합물과 셀레늄 그리고 장내 유익균을 활성화시키는 식이섬유 등이 많아 유방암과 직장암의 발병률을 크게 낮추고, 피토스테롤(phytosterol)이라는 물질 등의 작용으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여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밀기울에 존재하는 아밀라아제 저해제(amylase inhibitor)는 식후 혈당 농도를 감소시켜 제2 당뇨병의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밀가루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이나, 소화 장애가 있거나 대변이 묽은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고, 한의학적으로 볼 때 태음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