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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350)<111>경남지역의 문인 등단50주년 기록자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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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12  20: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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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소설가의 단편소설 <흑백 콤비의 구두>가 있다. 이 소설은 진주시 상봉동 가마못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가 진주여자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서쪽 모퉁이로 조금만 나와 북쪽으로 들어가면 ‘가매못’이 나왔을 것이다. 그 못에는 매년 못에 빠져 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유심히 들어 두었다가 이를 모티브로 소설 한 편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줄거리와 주제는 다음과 같다. “작중에서 나와 쥐색 양복을 입은 신사가 열차에서 마주보고 앉아 삼랑진, 마산을 거쳐 종착역 진주로 향하고 있는 차중풍경이 전개된다. 다음날 나는 대학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고향 진주의 가마못 언저리에 와서 낚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곁을 기차간의 그 신사가 나타난다. 그러니까 열차간과 가마못 낚시터 공간이 이야기의 두 무대가 된다. 신사는 매일같이 합승을 타고 나타나 동네 뒷산 무덤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꼭 낚시터에 나타나 내게 말을 걸었다. 신사의 말은 다음과 같다.

‘이 못 이름은 뭐요?’

‘얼마 전에 죽었다는 노파는 여기서 들어갔을까 저 둑에서 떨어져 죽었을까?’

‘여기서 들어갔다면 죽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거요.한 발 들어가 보는, 그거 의지를 실험해 보는 좋은 일거리 아니오? 이제는 전쟁도 지나갔으니 슬픔은 가난뱅이들한테나 있지 재벌들에겐 없어, 그런 복까진 없거든’

‘과잉과 냉소는 있어도 슬픔은 없단 말이야‘

신사는 진주를 떠난다고 하던 다음날 호수 위에 시체로 떠올랐다. 나는 흑백콤비구두를 신고 시내 다방에 갔다 거기서 신문을 보았다. <진주서 00국 00과장 투신 자살, 원인은 신경쇠약인 듯‘

이소설에서 작중의 신사는 신경쇠약에 걸려 있는 관리로서 산업화로 가는 시대에 지식인이 갖는 냉소주의를 보여준다. 그것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냉소는 현실과 자아와의 괴리에서 오는 산물이고 존재함으로부터 오는 실존적 자각의 한 표현으로 이해된다. 흑백콤비구두는 흑백논리에 빠져드는 병리현상의 상징으로 읽힌다. 죽음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그 논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경리는 1945년 20세때 진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휴학을 하지 않았다면 열아홉에 졸업했을 것이었다. 그런 연고로 박경리가 작고했을 때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출발한 운구차가 진주여고에 들러 진주지역 문상객들을 받고 통영으로 귀향했다. 진주여자고등학교 동창회에서는 그후 박경리의 시 <우리들의 시간>을 돌에 새겨 진주여고 화단에 시비로 세웠다. 필자는 그 제막식에서 축사를 했다. “민족교육의 산실인 이 학교에 민족 소설가의 시를 새겨 세웠으니 명실공히 민족학교로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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