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꿰어야 보배 되는 진주
[객원칼럼] 꿰어야 보배 되는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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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19세기 말 에디슨 등이 만든 영화는 인류에게 놀라운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며 사랑을 받아 왔다. 영화의 진보와 발전에 따라 성업을 이뤄 왔던 영화상영관이 사양길로 접어들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비디오 붐 때문이다. 이때 침체일로를 걷던 극장운영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멀티플렉스’이다. 이로써 이전에 단편 영화 극장이 여러 상영관과 식당, 카페, 쇼핑타운, 대형주차장, 심지어는 각종 전시장까지 갖춘 복합건축물로 변모돼 경쟁력을 되찾았다. 이는 혼합형 개발이라는 뜻에서 ‘메가플렉스’라고도 불리며, 현대적 도시 및 지역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낙후됐던 서부 경남에는 최근 발전을 위한 모처럼의 훈풍이 불고 있다. 최고의 폭풍의 핵은 혁신도시 이전이다. 얼마 전 그 화려한 시작을 알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외에도 한국남동발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주요 공공기관들이 입주를 완료하면서 건설 중심의 경남혁신도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들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나 인력의 수준과 질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와도 바로 연결돼 세수와 식당가 등의 경기증가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그간의 미분양 아파트들도 속속 팔려 나갔고, 급기야는 프리미엄까지 붙게 돼 건설업계도 모처럼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또한 땅값도 치솟아 알부자들도 은근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 늘어난 지역 호재는 ‘진주사천 항공국가산업단지’ 지정이다. 이는 매우 경쟁력 있는 대규모 초미래 정밀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수만 명의 고용창출과 20조 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일련의 일에 가속도와 동력을 붙이고자 시작한 것이 경남도의 서부청사 개소이다. 이는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과 같은 적절한 조치이며 환영할 일이다. 이를 통해 서부도청이 추가적으로 추진하는 청정 자연환경, 한방, 약초 등의 지역특성을 이용한 항노화 및 KTX 직선화 등의 핵심사업도 빛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홀대를 받아왔던 서부경남의 넓은 땅과 좋은 자원이 빛을 발휘할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적절하게 살리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멀티플렉스화가 꼭 필요하다. 즉, 지역에 원래 있던 인적·물적·인문사회적인 자원과 새로 개설된 혁신도시, 서부청사, 국가항공산단 등이 따로 놀지 않고 융·복합적으로 녹아나야만 그 시너지효과를 가질 수가 있다. 이에 지역민들도 우물 안 개구리의 구습을 버리고 세계 최고의 건설 혁신도시와 항공산업단지 도시민이며, 거의 100년 만에 다시 경남의 중심이 됐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새로운 자각의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할 것이다. 사실 멀티플렉스는 이미 우리말에도 있는 것이다. 이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으로 아무리 좋은 호재를 가져다주어도 잘 다듬고 정리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똑같은 의미로 ‘진주가 열 그릇이나 꿰어야 구슬’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 지역과 진주를 잘 꿰어야 할 때이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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