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사주팔자
[이준의 역학이야기] 사주팔자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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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사주팔자를 믿어도 되느냐고. 나는 말한다. 사주팔자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인생행로에서 참조할 만한 인생이정표는 될 수 있다. 만약 세상길 걸어가는 그대에게 확고한 인생관, 분명한 방법론, 눈에 보이는 인생여정이 확립되어 있다면 사주팔자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말라. 그대 존재에 대한 믿음이 정말 확고하다면, 그대는 사주팔자 따위에 절대 눈도 돌리지 말라. 이는 정말 내가 단언한다.

하지만 윤동주의 서시에도 있듯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마음이 서럽게 소용돌이 친다면,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영원불멸의 우주적 자아(자가트, 우리 사투리로 짜가-꼬집다-, 自覺, 自我) 안에서 살고 있는 나의 존재는 어떤 의미인가, 알 수 없는 앞날은, 미래의 길흉화복 흥망성쇠는….’ 등등의 의혹이 솟구칠 때면, 그리하여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불현 듯 일 때면, 한 번쯤은 조용히 그대의 태어난 해와, 달과, 일과 시를 찬찬히 살펴보라. 그럴 때 그에 새겨진 소리 없는 외침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월 속에 새겨진 날들의 의미가 구구절절 피어오를 것이다. 그리하여 이의 흔적을 음미하며 그대 걸어가는 발걸음을 한 번 더 되뇌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사자처럼 잔혹한 질풍노도로, 때로는 꽃잎위에 스치는 산들바람처럼, 그대 숨결에 맞춰 그대 발걸음을 내어 디딜 수 있을 것이다. 사주팔자는 이러할 때 필요하다.

모든 일에, 매사에, 사주팔자를 들이밀면, 그 또한 그대의 또 다른 집착이고, 미신이고 올가미일 수 있다.

사람의 운명이란 타고난 기질과 잠재적 능력의 발현을 위하여 지극정성으로 노력하고, 이를 다른 이들과 하늘이 가상히 받아들여, 지성감천(至誠感天)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완성되는 것이지, 팔자 좋다고 입 벌리고 감나무 밑에 가만히 누워있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팔자의 전제상 팔자 좋은 사람 입에 홍시가 떨어질 확률은 더 높다. 팔자 좋은 사람은 전쟁 통에도 탄피를 주워 모아 떼 부자가 되지만, 팔자 나쁜 사람은 평상시에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이런 개연적 확률의 차이는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바이다.

사주팔자 외에 사람의 운명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현란하게 난무하고 있으나 십인십색이듯 제각기 다양한 특색으로 일정한 기준이 없다. 더러는 신기할 정도로 맞아 떨어지고, 더러는 황당할 정도로 엉터리일 경우가 많다. 하여 이쪽 계통의 저급한 사람들(下質)이 순진한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개탄스런 일이기는 하나 세상일이란 20%의 중심 잡는 사람의 활동에 기대어 80%의 일반 대중이 먹고 사는 자연율(一土四物)의 이치에 따르기 마련이니 대다수의 허탄한 소리들을 뭐라 말할 수가 없기는 하다.

그리고 관상인데 이는 풍수지라와 더불어 참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정밀하기는 사주팔자 이상으로 높다. 이론적으로 관점마다 팩토리얼(!)의 경우의 수가 발생하는데, 이의 정확한 추론은 입신(入神)의 경지에 들지 않고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기에 벌소리로 관상을 본다는 말을 말아야 한다. 관상은 얼의 굴, 얼이 담긴 골의 참모습을 보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어리석은 상태(얼이 썩어 있는 경우)와 얼쑤 좋은 상태(얼이 빼어난 경우)를 판단한다. 이 또한 같은 사람이라도 그 때 그 때 마다 다르다. 다음 배상(背相, 뒷모습, 흔적 등), 심상(心相), 행위상(行爲相), 몸상(걸음걸이) 등을 보기도 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하여도 최고의 상(相)은 보시상(布施相)이다. 남을 즐겁고 기쁘고 복되게 해주는 상으로 처음에는 고되고 괴로우나 반드시 보은이 따른다.

우리는 어떤 상에 더 힘을 모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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