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급식, 처음으로 돌아가야
[기고] 학교급식, 처음으로 돌아가야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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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 (남지초등학교 영양교사)
박정혜
 
학교에 20년 넘게 영양교사로 근무하며 학교급식을 위해 살아 왔다. 매일 점심시간 수백 명의 학생들이 밥을 먹는 표정에서 급식 만족과 불만에 대한 평가를 받아 왔다.

조리종사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식재료를 분주히 씻고 다듬고 조리해, 즐거운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이런 학교급식활동이 세상에 어떤 일보다 값어치 있을까 하는 자부심도 가져본다.

지금 무상급식 중단으로 학교 현장은 참으로 혼란스럽고 힘들다. 8년 전 학교에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 철학적 배경과 공감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아 우왕좌왕 했었다. 또 빠르게 변화되는 학생들의 식문화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었고 충분한 논의와 정책 개발로 도민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 부족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급식도 학생들에 대한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학교와 영양교사들은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묵묵히 노력해왔다.

가급적 완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김치와 장류를 직접 담그며 전통식품을 급식에 이용하고자 했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먹어야 할 급식이기에 교육적 역할을 위해 애써왔다.

그런데 현재 학교급식은 심판대에 올라있다. 경남도에서 학교급식의 투명성에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경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안을 개정해 ‘부정’을 감사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학교는 지금까지 학교급식에 관해 늘 ‘공개’를 원칙으로 해 왔다.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 시·군청 위생 점검, 교육청 위생 점검, 학부모단체 점검단, 학교급식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위생과 안전 점검을 받고 있다. 불시 위생·안전 점검 또한 정기 및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고 도교육청 정기 감사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도의회, 시의회 자료요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급식운영 부분을 매월 공개해 오고 있다.

조례 개정안의 목적이 학교 현장의 자료 수집이라면 효용가치가 있는 자료를 수집해야 할 것이며, 친환경·우수식재료를 학교급식에 사용하도록 할 취지라면 출하시기별 생산현황 제공 등의 유통시스템 구축과 급식비 인상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조리장의 더운 열기 속에서, 생기가 있는 식당에서 학생들을 위해 다시 급식을 하고 싶다. 
 박정혜 (남지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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