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문화재 여행] 창녕 관룡사
[경남 문화재 여행] 창녕 관룡사
  • 정규균
  • 승인 2015.07.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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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사찰이 품은 불교예술의 역사박물관
‘수려한 바위산의 경관으로 인하여 창녕의 금강산이라 불리우는 화왕산 구룡산의 기암절벽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관룡사(觀龍寺)와 마치 하늘 저편 구름 위에 앉아 있을 것만 같은 부처의 천년 세월을 내려다보고 있는 용선대(龍船臺)’

창녕 관룡사는 신라시대 8대 사찰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큰 절이었다고 하지만 언제 창건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절에 전해 오는 관룡사 사적기에 의하면, 4세기 말인 신라 내물왕 39년에 처음 지어졌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불교가 인도로부터 바다를 통해 가야에 전달되었다는 이른바 불교 바다 전래설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지리산 칠불암 창건 설화에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창건설은 진평왕 5년(583)에 증법(證法) 국사가 지었다고 하는데, 이 설을 받아들이는 연구자들이 대다수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에 원효대사가 중국에서 온 승려 천여 명에게 화엄경을 설법하고 큰 도량을 이루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원효가 제자인 송파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던 중, 갑자기 오색구름이 영롱한 하늘을 향하여 화왕산 산마루에 자리한 월영삼지(月影三池)로부터 용 아홉 마리가 승천하는 것을 보고 절 이름을 관룡사, 산 이름을 구룡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관룡사 석장승


관룡사 첫번째 주차장에서부터 걸어서 올라오다보면 오른쪽으로 관룡사 명물 중 하나인 석장승 한 쌍을 만날 수 있다.

이 석장승은 장승이 위치한 곳에서부터 관룡사 경내로 볼 수 있다는 석표의 구실도 하고 있다.

경남도 민속문화재 제6호로 지정된 이 석장승은 투박하지만 토속적인 장승으로 유명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익숙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관룡사는 임진왜란 때 약사전만 남고 모두 불타 없어졌다가 1617년(광해군 9)에 다시 지었는데 1704년(숙종 30)에 가을 대홍수로 인하여 금당과 승탑 등이 떠내려가고 승려 20여 명이 물에 빠져 죽는 참사를 겪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건물들은 1749년(영조 25)에 보수한 것이다.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원음각을 마주친다.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40호로 지정되어있는 이 범종각은 운판, 범종, 목어, 법고 등이 볼 만 하다.

원음각을 마주하고 있는 보물 212호인 관룡사 대웅전에는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로 구성된 삼불상이 있다.

이 불상들은 보물 제1730호로 지정되어 있다. 불상들은 얼굴형이 네모나고 코가 유난히 높고 크며 입과 턱 사이의 간격이 좁은 편이어서 상의 인상이 약간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한 표정으로 보인다. 17세기 전반의 불교조각으로 불상양식이나 조각승들의 사승(師承) 관계와 양식의 계보를 잘 알려줄 뿐만 아니라 세 불상 자체가 보여주는 종교적인 무게감으로도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대웅전 마룻도리에서 발견된 상량문에 의해 1401년(태종 1)에 처음 지어 1617년(광해군 9)에 중수, 1749년(영조 25)에 다시금 중수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웅전 내부는 고주(高柱)를 약간 뒤로 물려 세우고 불단을 마련하였다. 불단 아래에는 비천상, 용, 상서로운 동물(瑞獸)과 새, 꽃 등을 화려하게 조각 장식하고, 그 위에 삼계불(三界佛)인 석가모니불, 아미타불, 약사불의 좌상을 봉안하였다. 후불벽에는 보물 제1816호로 지정된 큰 관음보살 벽화가 장식되어 있다.



 
관룡사 대웅전


보물 제146호인 관룡사 약사전은 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정면 1칸 측면 1칸으로 포작이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계 맞배지붕의 작은 규모의 법당이다. 내부에는 보물 제519호로 지정된 고려시대 불상이 높은 대좌위에 특이한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데, 대좌의 중대석에 통일신라시대 명문이 새겨져 있다. 약사전 건물 앞에는 경남도유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약사전 삼층석탑이 있는데 암반을 이용하여 하층기단을 조성하고 하층기단 4면에 각각 2개씩의 안상(眼象)을 새겨 넣었다.

관룡사 대웅전, 약사전 등을 둘러보고 나면 다음은 발길을 서둘러 용선대로 향한다. 절 마당에서 20여분 산 옆구리를 타고 오르면, 절묘한 위치에 자리한 부처의 모습이 답사객으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한다. 9세기 경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팔각 연화대좌에 결가부좌한 독존(獨尊) 불상이 많이 조성되는데, 보물 제295호인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도 그러한 사례 중의 하나이다. 9세기 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견의 법의, 항마촉지인의 수인, 평행계단식 옷주름, 섬세하고 화려한 대좌 등의 공통점을 보여주는 이 불상은, 8세기의 전통을 이어받아 9세기 이후의 형식화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불상이라 할 수 있다. 석굴암 본존불과 같은 양식으로 조성된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으로 훌륭한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와서 정성으로 기도를 드리면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더해져 있다.



 
관룡사 명부전 내부


용선대의 온화한 불상을 뒤로하고 내려오면 관룡사 부도를 마주할 수 있다.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9호로 지정된 이 부도는 관룡사에서 확인되는 여러 개의 부도 중 가장 뛰어난 솜씨를 자랑한다. 탑신에 비해 지대석이 비교적 넓은 편이고 3중 기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형의 탑신은 소박하고 지붕돌은 단조로운 편이나 정겹다.

모두 11점의 지정문화재를 간직한 천년고찰 관룡사. 최초에는 다만 불심으로 정성스레 지어올린 사찰이었으리라, 용선대에 앉아 잠시 해탈의 마음을 가져본다.

‘한 목숨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 생겨남과 같고,한 목숨 사라짐은 한 조각 뜬구름 사라짐과 같은 것, 생겨남과 사라짐이 다르지 않으니 살고 죽고가 따로 없음이라’.

정규균기자



 
관룡사 원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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