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기대하며
[교단에서]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기대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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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 · 화개초왕성분교장 교사)
방학하고 난 뒤 반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담임 선생님집 방문 체험학습인 셈이다. 올해도 산골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제공해주고 싶은 필자만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1시간 30분 거리를 태워주고 데려다주기까지 해야 하니 만만치 않은 과제이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더 친해 갈수록 깊은 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반 아이들과 내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가장 효과적인 일이라는 걸 체득했기 때문에 강행하는 일인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봐와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신안강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자유롭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강변의 운동기구 등도 타보는 등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흠뻑 땀을 흘리고는 빙수를 앞에 놓고 마주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몰랐던 아이들의 속 깊은 마음과 그들만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됐다. 작은 일에도 그저 즐거워하며 눈빛을 반짝이며 무척이나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가슴 속 깊이 새긴다.

지난 7월 21일자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이 발표됐는데 너무 생소한 일이다. 지구상에서 유례없이 인성교육을 법으로 제정한 것은 교사로서 인성교육이 법적인 장치에 의해서 가능한 것인지,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인성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어떠한 혼란을 야기시키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부터 앞선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인성은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특성’으로 돼 있다. 사회적 환경, 가정, 제도교육이 인성 형성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 특히 가정환경이 인성형성의 근간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는 가정내 문해환경을 권한다. 도서관이 곳곳에 설치돼 있고 북버스도 등장한 시대지만 가정내 독서환경을 특히 권하고 싶다. 아이의 성장과정에 따라서 읽을거리도 바꿔주고 부모가 문해환경 자체가 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일일 것이다. ‘책 속엔 길이 있다’란 말은 퇴색되지 않는 명언인 것이다.

인성교육은 가르치는 제도적 교육에 앞서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환경적 장치를 필요로 한다. 진정한 변화는 강압적 강요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유도하는 부드러운 유인에 의해 일어난다는 ‘넛지효과’를 인성교육에 도입하길 기대해 본다.

 
최숙향 (시인 · 화개초왕성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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