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끝나지 않은 고통의 바다
[특별기고] 끝나지 않은 고통의 바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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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 김종섭
 
바다는 말이 없었다. 평온한 바다는 늘 그대로인데 삶을 지탱하는 인간들의 요동과 포성이 멈추질 않는다. 오랜만에 낯선 캐나다에 연평해전이라는 영화가 상영관에 착륙했다. 휴일의 극장가는 늘 그렇듯이, 이곳의 표정 또한 많은 관객이 저마다의 장르가 다른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붐벼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한국인들의 모습도 군데군데 간혹 눈에 들어왔다. 상영 전 미리 관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휴일 오후 3시, 해외에서의 한국영화 상영 때문인지 아직도 많은 좌석이 여유롭게 남아 있었다. 상영 전 잠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벌써 500만명 이상의 관객 수를 넘어섰다고 전한다.

잠시 후 상영관에 불이 꺼지고 한국어가 들려 나오고 영어로 자막부분이 처리된다. 순간 낯선 땅 외국에서의 한국영화 관람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찬 진한 감동이 몰려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뤄진 내용이다 보니 더욱더 가슴에 와 닿아 느낌조차도 남다른 생동감으로 전해져 갔고 아픔과 슬픔의 순간들이 교차했다.

스크린에 내용을 담아가는 마음은 형용할 수 없는 비극의 현주소였다. 지구촌 삶의 터전은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평화스러워야 하는데, 소꿉놀이 힘의 균형도 아니고 자존심과 욕심의 부활도 아닐 텐데 남북이 분단되어 혈육의 기나긴 이념의 대립과 이별도 우리의 역사의 불운이다. 요즘 우리에게는 국가안보의 불감증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의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분단의 비극은 늘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시작해 목숨까지 담보해 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아버지였고 남편이자 아들이었다. 연평도 NLL(북방한계선) 해역을 사수하다 순국한 6인의 젊은 영혼은 피어 보지도 못하고 세상과 이별을 했다. 국민의 생존권과 자유를 위해 아낌없이 몸소 희생을 앞세워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그들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꾸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신화와 주역들은 아직도 우리에겐 영웅이 되어 생생하게 남아있지만, 같은 날 역사의 참극이 된 연평해전의 희생 가치는 우리 기억 속에 사실 지워져 갈 때쯤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고증이 되어 부활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의미를 가져오게 됐다.

한국 상영관에는 외국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나마 조국을 떠나 살아가는 이방인들의 마음에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조국을 위해 순국한 그들의 뜻과 희생정신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기회가 주어졌고, 잊고 기억하지 못할 뻔한 일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 젊은 날에 그들은 얼마 살아보지 못했지만 우리들 가슴과 세상의 빛이 됐다. 진정 애국하는 마음의 진실을 키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이 영화를 제작하고 참여한 많은 분들의 정성 어린 후원을 자막으로 통해 새삼 알게 됐다. 그들에게도 멀리서나마 따뜻한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종섭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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