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우화(友話)
피서지 우화(友話)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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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황숙자
이번 휴가는 특별하게 보냈다. 피서지에서 우연히 만나 매년 만남을 하고 있는 벗들과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10주년 기념 축하모임을 가졌다.

2005년도 여름이었다. 하동 쌍계사 계곡으로 아이 둘과 휴가를 떠나 예약된 장소에서 야영준비를 하고 있는데, 먼저 자리하고 있던 가족이 “평상을 한 개만 사용하면 좁으니 우리 거랑 붙여 같이 사용하면 어떨까요. 텐트는 텐트끼리 모아 치구요” 하는 것이었다. 괜찮은 제의였고, 바로 옆 다른 팀도 한 가족만 왔길래 세 팀이 의논해서 평상 세 개를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는 제각기 만든 음식으로 넓어진 평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통성명과 소개를 하고 술도 나누어 마시면서 화기애애하게 첫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부터는 자연스럽게 한 솥에 밥을 짓고 아이들은 형제처럼 물놀이를 같이했다. 어른들은 가져온 부식을 한곳에 모아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아이들이 물놀이 할 때는 교대로 돌보고, 밤에는 숲속 달빛 아래 각자 살아온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휴가를 보냈다.

북부, 중부, 남부지방에 살고 있어 서울 말씨, 전라도 말씨, 경상도 말씨가 섞였지만 묘하게도 용인에서 온 팀은 아내가, 익산에서 온 팀은 남편이 나랑 동갑내기여서 말을 놓고 이름을 부르며 급속히 친해졌다. 다음 해에는 익산가족의 고향인 안면도에서, 그 다음 해는 용인가족이 애버랜드를 초청해서 모이기도 했고, 해마다 전국 관광지를 함께 여행하면서 9년 동안 모임을 이어왔다.

여행의 매력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를 만나는가에 있다. 인생에서 참다운 벗을 만나기도 힘들지만, 벗과 지속적인 만남을 유지하기는 더욱 힘들다. 특히나 먼 거리에 살면서 불혹에 만나 십년지기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기보다는 서로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인간적 순수함에서 우러나온 우정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다.

익산 기득아, 용인 영란아, 잘 지내고 내년에 우리 건강하게 또 만나자.
 
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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