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지역캐릭터가 지역경제 살린다
잘 만든 지역캐릭터가 지역경제 살린다
  • 강진성·오태인기자
  • 승인 2015.08.0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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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성공 조건
사실상 실패로 끝난 장성군 홍길동…의미와 교훈

 
장성군의 홍길동테마파크에 설치된 홍길동 조형물. 홍길동 캐릭터는 높은 인지도에도 디자인성, 스토리 부족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데는 실패했다. 수백억을 들인 테마파크 역시 현재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사진/오태인기자


전남 장성군의 지역캐릭터는 홍길동이다.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며 장성군이 고향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공무원이 지역캐릭터화 할 것을 제안했다. 장성군은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홍길동을 지역캐릭터로 전면에 내세우고 브랜드화했다.

홍길동 브랜드화를 위해 전담 부서까지 만들며 의욕적으로 일을 벌였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캐릭터 라이선스 체결을 통해 1억 5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1999년에는 제1회 공공부문 경영혁신대회에서 경영관리혁신 대상까지 수상했다. 장성군은 500억원을 들며 홍길동테마파크 조성에 나선다. 홍길동 생가 복원과 전시장, 체험관 등 23만㎡에 달하는 대규모 공원이다. 2007년에는 홍길동 테마파크가 문화관광부가 주관한 사업 추진성과 및 개발지속 가능성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사업으로 평가를 받을만큼 출발이 좋았다.

개장 초기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며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홍길동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지만 초창기 기대치에 못미치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장성군에서도 이제 홍길동에 대한 재투자 의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홍길동테마파크에 설치된 캐릭터는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을 정도다. 도심지역에서도 과거 설치했던 조형물 외에 홍길동의 고장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까지 투입된 예산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으로 끝난 셈이다.

고향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전국민이 알고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점에서 홍길동이라는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이때문에 장성군의 홍길동 지역캐릭터화 사업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홍길동은 디자인이 진부하고 재미요소를 주는데 실패했다. 이미 국민이 가지고 있던 인지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역사적 인물 홍길동을 현실로 끄집어 내는데 실패했다.

일본 구마모토현의 ‘쿠마몬’은 홍길동과는 반대로 인지도 제로 상태에서 출발했다. 공무원들은 쿠마몬을 알리기위해 각자 아이디어를 내며 홍보전을 벌였다. 주민속으로 들어가 홍보에 나섰다. 쿠마몬은 익살스럽고 망가지는 캐릭터다. 탈인형이 거리를 활보하고 주요 행사에 참석하고 방송에 나와 구마모토를 알렸다. 쿠마몬은 살아있는 캐릭터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결론적으로 홍길동은 높은 인지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 조하섭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콘텐츠지원팀장은 “지역에서는 역사적 인물 등 주민들이 잘아는 캐릭터를 무조건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캐릭터에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사람들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지역캐릭터 사업은 캐릭터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활용할 지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진성·오태인기자

 
장성군의 홍길동테마파크에 설치된 홍길동 조형물이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홍길동 캐릭터는 높은 인지도에도 디자인성, 스토리 부족 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데는 실패했다. 사진/오태인기자
장성군은 홍길동 캐릭터사업으로 버스정류장, 이정표 등에 관련 이미지를 대대적 홍보했지만 현재는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홍길동 테마파크 인근의 버스정류장. 사진/오태인기자
전남 장성군 장성역 인근에 홍길동 조형물과 이미지가 부착된 열차가 전시돼 있다. 사진/오태인기자


 

▲ 조하섭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콘텐츠지원팀장

조하섭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콘텐츠지원팀장

“지역캐릭터도 상품…재미있어야 성공 가능”

국내 지자체 뚜렷한 목적없이 개발
단체장 입김에 캐릭터성 떨어지기도
선정때 어린이·외지인도 참여시켜야

국내 지자체 캐릭터가 전멸하다시피 실패한데는 공통점이 있다. 어른이 보기좋은 디자인, 만들면 되겠지라는 안일함, 스토리텔링의 부재 등으로 꼽을 수 있다.


조하섭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콘텐츠지원팀장도 지역 캐릭터에 많은 아쉬움을 가진다. 그는 “국민 소득 수준상 캐릭터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며 “다만 지자체가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해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단체장 위주의 캐릭터 선정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주로 캐릭터 시안이 나오면 단체장이 최종 결정을 한다. 문제는 대부분 캐릭터에 대한 안목이 낮은 경우가 많다. 차라리 디자이너에게 일임하는게 더 나은데 아쉽게도 단체장이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캐릭터는 남녀노소 지역민, 외지인들에게 통해야 한다”며 “캐릭터 선정시 어린이와 외지인이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캐릭터의 디자인만큼이나 재미적 요소를 강조했다. 그는 “눈과 귀가 큰 천편일률적인 교훈적 캐릭터가 많다. 캐릭터도 상품이다. 재미가 없으면 실패한다. 쿠마몬은 재미와 화제성, 독창성으로 성공했다. 재미없고 대중성이 떨어지는 캐릭터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캐릭터에 역할을 부여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가령 장난꾸러기라거나 위로해 준다던지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런 것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캐릭터는 지역민만의 것이 아니다. 지역을 알리고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캐릭터 자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타지인들이 좋아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외 우수사례를 지역에 맞게 벤치마킹해 시도한다면 지역캐릭터 사업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진성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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