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는 시골학교 교실의 바이올린 소리”
“어두워지는 시골학교 교실의 바이올린 소리”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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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경남교육청 과장)
김동환
수년에 걸쳐 언론보도에 학교폭력 관련기사가 수시로 등장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자 노력하는 교육관계자의 노력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생각난다. 노래를 잘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셨다.

어느 날 대청소를 할 때의 일이었다. 어느 남학생과 여학생이 사소한 일로 주먹다짐을 하게 되었다. 힘에 부친 여학생이 바로 집으로 달려가서 어머니를 데려왔다. 그 어머니는 상대 남학생을 불러 세워 보복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선생님께서 학생이 맞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주 화난 얼굴을 하고는 우리 모두를 교실에 모이게 했다. 우리들은 청소하다 말고 교실로 들어갔다. 한바탕 소동이 있은 후라 해질 무렵이 되어 교실도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꾸중 들을 만반의 준비를 한 채 50여 명의 친구들은 가슴 졸이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말을 잊은 채 교실은 적막만이 흘렀다. 긴 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선생님은 오시지 않았고, 교실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서로의 표정이 보이지 않을 때쯤 선생님께서 바이올린을 들고 나타났다. 아무 말씀도 없이 바이올린으로 동요를 연속해서 열 곡 정도 연주하셨다.

한 곡 한 곡 연주가 거듭될수록 우리들은 잘 알지는 모르지만 뭔가 마음이 평안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연주가 끝나고 바이올린을 챙겨 넣을 때까지도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다. 그리고는 어두운 밤길이니 조심해서 집에 가라고 하신 게 끝이었다. 나는 가슴에 무언가 모를 뭉클한 감동을 안은 채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선생님과 학생들이 주고받는 인사도 예전처럼 명랑하고 쾌활했으며, 깔깔대는 웃음소리도 여전했다. 그 누구도 잘했니 못했니 따지지도 기억하지도 못했으며 싸움 같은 건 잊어버리고 말았다. 요즘 아이들도 옛날 어두워 오는 교실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마음이 풀어지는 아이들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최근에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게 됐는데,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김동환 (경남교육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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