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유감
입추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어 내일이면 입추(立秋)이다. 옛 문헌에는 이날부터 입동(立冬)까지를 가을이라고 했다.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하고 쓰르라미가 울기 시작한다고 하지만 말복을 앞두고 있어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날을 기해 관리들에게 하루 휴가를 준 고려시대의 풍습은 요즘의 여름휴가로 이어지고 있다.

▶입추의 날씨가 일 년 농사를 가늠한다고 한다. 이즈음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기청제를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 곡식이 익기 시작하고 백과는 수밀도를 더해가는 계절이다. 릴케가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더해 달라고 읊은 것도 지금이 오곡백과에는 가장 중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막바지 더위가 절정을 이루면서 우리의 산과 계곡, 바닷가는 더위를 피해 몰려든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금이라도 알려진 명승지에는 차량 러시를 이루고 캠핑이 금지된 계곡에도 텐트촌이 들어서고 있다. 취사금지는 지켜지지 않고 피서객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쓰레기더미가 쌓여 악취를 풍기고 있다. 피서철을 맞은 우리의 자화상이다.

▶이제 곧 피서철이 지나면 우리의 자연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 이전에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되갖고 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처리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입추를 앞두고 상처받은 자연을 염려하는 것은 해마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바탕의 축제는 일상으로의 회귀를 전제한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