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잘 굽는 사람
고기 잘 굽는 사람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9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회식들 많이 하시죠? 그것이 직장이든 아니면 가정이든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장소에서 하는 회식은 구성원들간에 소통과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회식은 서로간에 서먹함도 없앨뿐더러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회의는 짧게 회식은 길게’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습니까?

오늘 이야기는 회식인데 말입니다, 혹시 직장인이 하는 저녁 회식 자리에서 가장 좋은 자리가 어딘지 혹시 아십니까? 왜 회식 때가 되면 늘 어디에 앉을 것인가 그 자리 가지고 눈치도 보고 하지 않습니까?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그 날 상사의 자리가 어딘지부터 살피고 자신은 어디에 앉을까 잔머리를 쓰기도 하지요. 이렇다보니 가장 나중에 도착하는 사람이 상사 앞에 앉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직장인들은 삼겹살에 소주를 저녁 회식 메뉴로 가장 즐겨 하는데 회식에서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다름이 아니고 바로 ‘고기 잘 굽는 동료의 옆자리’라고 합니다. 어느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좋은 자리라고 대답했습니다. 등을 기댈 수 있는 벽을 기대는 쪽 자리도 아니고 상사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후미진 자리도 아니고 말입니다.

직장인들은 왜 그렇게 응답했을까? 그 이유를 생각해봤습니다. 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이 바로 고기 잘 굽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더군요. 회식 때 고기 잘 굽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가 먹는 일보다는 동료나 선후배들이 맛있게 먹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남들은 하기 싫어하는 일에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지요. 고기 굽기가 싫어서 회식 장소를 고깃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도 많이 하지 않습니까? 또 고기 잘 굽는 사람은 고기 굽는데 대하여 자기만의 노하우나 철학도 좀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주위로부터 인기가 있는 편이라 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도 되겠네요.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동료가 있으면 회식자리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일할 때도 행복한 걸 많이 느낍니다. 같은 일을 해도 훨씬 재밌고 성과도 좋지요. 최근 저희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대대적인 직원 전보인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부서도 부서거니와, 진주에 같이 내려와 산책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동고동락했던 분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도 했습니다. 하나같이 남들을 먼저 배려한 사람들이라 그 아쉬움이 더 큽니다. 허나 그 분들이 새로 부임해가는 곳에는 또다시 배려의 꽃이 싹틀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고기 잘 구워주는’ 직원이 된다면 업무가 한결 신나지 않을까 하는 상념에 젖는 여름밤입니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