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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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도 준치
준치는 잔가시가 많아 먹기에 꽤 불편한데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재미있다. 준치는 원래 맛이 좋고 가시가 없어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잡아먹어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들은 용왕님이 준치를 불쌍히 여겨 묘책을 내어 다른 물고기들로 하여금 가시를 한 개씩 빼서 준치에게 주도록 하명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가시가 너무 많이 박혀 아픔을 참지 못한 준치가 잽싸게 달아나 버렸지만 가시를 주지 못한 물고기들이 끝까지 쫓아가서 꼬리에까지 가시를 꽂는 바람에 준치의 몸은 말할 것도 없고 꼬리에도 가시가 생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이 물고기를 귀하게 여겨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썩어도 도미’라는 말이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붕어빵’이 있지만 일본에는, ‘도미빵’이 사랑을 받고 있다. 어쨌든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은 원래 본바탕이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나 낡고 헐어도 본래의 품격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성품이 올곧은 사람은 곤경에 처하더라도 본질이나 생각이 변치 않는다는 것을 이르기도 한다. 요즈음 권력, 명예, 재물 등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유명 인사들을 보면서 송나라의 유연재가 준치를 두고 한 말 ‘시어다골(是魚多骨)’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준치에는 잔가시가 많아 먹기가 불편한 것처럼 세상을 살아갈 때 지나친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가시가 목에 걸리는 법이다. 정말 의미있는 교훈이다.

준치의 영양성분을 보면, 가식부 100g 중에는 수분 73.6g, 단백질 19.5g, 지방 5.3g, 탄수화물 0.4g, 회분 1.2g으로써 단백질과 지방이 주된 성분이며, 열량은 133kcal이다. 준치의 단백질과 지질은 일반 어류 단백질 표준량 20±2g과 어류 지질 표준량 3±2g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준치의 아미노산은 총 19종이며, 단백질이 유리 아미노산으로 분해될 경우 글루탐산(3,340mg)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리신(1,929mg), 류신(1,711mg) 및 아스파르트산(1,606mg)의 순이며, 이들 4종의 아미노산이 총 아미노산의 44.2%나 된다. 그리고 필수 아미노산 8종이 모두 함유되어 있으며, 이 중 우리나라 식생활에서 부족되기 쉬운 아미노산, 즉 곡류의 제한 아미노산인 리신은 1,929mg, 트레오닌 908mg으로 이들 두 종의 아미노산이 총 아미노산의 14.5%를 차지하고 있어 준치의 단백질 조성은 우수한 편이다. 한편 기능성 아미노산으로 각광받고 있는 타우린(taurine)이라는 아미노산은 273mg으로서 일반어류와 비슷한 함량이다. 타우린의 기능성은 인슐린 분비 촉진으로 인한 당뇨병의 치료, 동맥경화 및 고혈압 등의 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밝혀져 있다.

준치의 지방산은 포화지방산 33.7%, 일가 불포화 지방산 40.3%, 다가불포화 지방산 26.0%이고, 이 중 생활습관병의 예방 및 뇌 학습 발달에 유익한 EPA가 7.4%, DHA가 11.6%로 많아 이들의 기능을 증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준치의 무기물은 가식부 100g 중 칼륨이 244mg으로 가장 많아 체내 소금 배출의 촉진을 기대할 수 있고, 뼈의 주요 구성성분인 인 197mg, 칼슘 65mg이며, 산과 염기의 평형 및 세포막 전위의 조절 등에 관여하는 나트륨 86mg, 헤모글로빈을 구성하여 체내 산소 운반 및 산화적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철이 0.7mg, 성호르몬 생성에 좋은 아연이 0.7mg 함유되어 있다.

준치의 가식부 100g 중 비타민 A는 10RE, 비타민 B1 0.02mg, 비타민 B20.09mg, 비타민 B6 10.45mg, 니아신 2.5mg, 비타민 E 1.5mg, 엽산 6.4μg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른 어류에 비해 비타민 B6가 특히 많다. 1일 섭취 권장량은 한국 성인 남녀 모두 1.4mg인 것을 감안하면 준치에는 비타민 B6가 아주 풍부한 식재료이다. 비타민 B6는 동·식물계에 널리 존재하며, 특히 단백질 함량이 많은 어육류나 난류에 많다. 일반 성인에게는 결핍되는 경우가 많지 않으나 유아, 임신·수유부, 질병 및 수술 후 회복기 환자의 경우 단백질과 함께 비타민 B6의 필요량이 증가한다는 사실과 가공식품의 경우 가공 중 고열 처리로 인해 비타민 B6가 파괴된다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생체 내 비타민 B6는 에너지 대사에는 관여하지 않으나 단백질 및 아미노산의 대사를 촉매하는 여러 종류의 효소 반응에 보조 효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단백질 섭취량이 많아지면 비타민 B6의 섭취량 역시 비례적으로 증가되어야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의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단백질 식품에는 비타민 B6의 함량도 많아 비타민 B6에 크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 정말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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