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공정 여행’, 국내에서도 실천하자
[대학생칼럼] ‘공정 여행’, 국내에서도 실천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5.08.0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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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경상대신문 편집국장 )
지난주 집안일로 고향인 통영시에 잠시 다녀왔다. ‘극성수기’라 불리는 요즘에 걸맞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내려와 있었다. 그런데 통영에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대형마트를 보던 어머니가 한 소리 하셨다. 관광을 온 사람들이 매일같이 마트가 문을 열기도 전부터 진을 치고 기다리더니 맨몸으로 여행을 와서 필요한 물건과 음식, 불판, 심지어 집게까지 마트에서 다 사가더란다. 절약이 몸에 밴 어머니가 젊은 관광객들이 염려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찰나에 또 다른 고민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서울에서 온 사람들의 돈이 서울로 먼저 올라가고 있었다.

‘동양의 나폴리’, ‘충무’라 불리는 통영시는 예로부터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관광명소다. 이곳은 어촌을 중심으로 한 10만여 명의 생활터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릴 적 기억에 비춰본 통영이 예전만 못하다. 비록 이렇다 할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나 아웃도어 매장을 구경할 순 없었지만 ‘미니어처’ 같았던 작은 도시는 골목마다 소박하고 다채로운 상권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지역문화가 살아 숨 쉬며 여름이면 길을 묻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통영 경제의 ‘효자’라 불리는 케이블카가 들어서고 외곽에 자리한 간척지에 시외버스터미널과 대형마트, 모텔촌이 들어서면서 조금씩 모든 것들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항구 인근에 있던 대다수 식당들은 잘 팔려 나가는 꿀빵가게로 변했고, 그 사이 노른자 땅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자리 잡았다. 철거 직전에 내몰렸던 인근의 언덕 마을엔 벽화가 그려져 지역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지역민의 주거공간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오는 사람들의 ‘포토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 무역’에서 따온 개념인 ‘공정 여행’은 새로운 개념의 여행이다. 이는 여행하는 지역의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소비하며 지역민의 삶의 터전을 우선으로 하여 생태를 파괴하지 않고 문화와 환경을 배우면서도 보존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여행을 말한다. 일부 의식 있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실천되는 ‘공정 여행’은 주로 문화권이 전혀 다른 국외에만 국한되고 있다. 이런 착한 여행이 국내에서도 실천되길 바란다. 다시 통영을 찾는다면 카페라테 대신 빼떼기죽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지훈 (경상대신문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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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여행 2015-08-13 10:21:36
체인호텔이 아닌 통영 민박에 숙소를 잡고 빼떼기죽을 먹으며 통영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네요~^^ 문득 저의 고향마을 사람들도 생각나구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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