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강도 후 해외 도주하려던 30대 공항서 붙잡아
살인 강도 후 해외 도주하려던 30대 공항서 붙잡아
  • 강진성
  • 승인 2015.08.16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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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직후 진주서 인천까지 도주…출국 10분 남기고 검거
진주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후 해외로 도피하려던 A씨(30).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 탑승 10분 전 경찰에 붙잡히며 18시간의 범행 시계가 멈췄다. 조금만 늦었어도 피의자가 해외로 영영 도피할 지 모르는 순간이었다.

직업이 없던 A씨는 간간히 공사장을 돌며 돈을 벌어왔다.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던 차에 무작정 집을 나왔다. 의지할 곳 없던 그가 찾은 곳은 이모가 살던 빈집. 2년 이상 방치됐던 곳이었다. 단독주택 마당에는 오래된 우편물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방에는 버리고 간 가구와 TV 등 몇몇 집기만 있을 정도였다.

A씨는 3일간 이곳에서 머물렀다. 자장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15일 새벽 2시께 생활비가 떨어진 그는 범행을 결심했다. 장소는 멀지 않았다. 그가 머물고 있있던 바로 옆집 담장을 뛰어 넘었다. 손에는 흉기가 쥐어져 있었다.

A씨가 창문을 통해 침입하자 집주인 B(54·여)씨가 “누구냐”고 소리쳤다. A씨는 흉기를 꺼내 B씨를 위협했다. 청테이프로 손을 묶고 입을 막았다.

집에 혼자 있던 B씨는 젊은 A씨 앞에서 저항조차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중에 돈이 없던 B씨는 위협속에서 텔레뱅킹을 통해 91만원을 A씨 계좌로 보냈다. 하지만 A씨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경찰신고가 두려웠던 A씨는 B씨를 끌고 빈집으로 돌아왔다. 안방으로 끌려온 B씨는 살기위해 몸부림쳤다. 그순간 A씨는 둔기로 B씨를 내리쳤다. B씨는 안타깝게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A씨는 숨진 B씨의 휴대전화와 딸 명의의 신용카드, 자동차 열쇠를 훔쳤다. 집 근처에 세워진 B씨의 자동차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A씨는 그길로 훔친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1시간여 달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휘발유를 채웠다. 훔친 카드를 사용했다. 오전 5시 30분. A씨는 다시 차를 몰았다.

15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한 A씨는 필리핀행 비행기를 예약하기위해 항공사 창구를 찾았다.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친구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가장 빨리 출발하는 비행기편을 원했다. 당일 오후 8시30분 비행기 티켓을 가까스로 발권했다. B씨로부터 송금받은 돈도 인출했다.

그 시각. 숨진 B씨의 딸이 어머니의 안부를 묻기위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수차례 통화가 되지 않다가 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B씨의 딸은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 내역을 조회했다. 항공권 구입 내역이 나오자 바로 112에 신고를 했다. 경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인천공항으로 나왔다. 탑승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던 A씨는 사우나를 즐길때만해도 경찰이 추적중인 것을 몰랐다.

15일 오후 A씨가 모든 수속을 마치고 탑승대기를 하고 있던 차에 항공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신용카드 승인이 취소됐으니 다시 발권장소로 와달라는 것이었다. 순간 A씨는 자신의 범행이 발각된 것이 아닌지 직감했다. 하지만 공항안에서 별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발권창구에 도착한 A씨는 현금으로 다시 항공권을 결제했다. 별다른 조짐이 없어 A씨는 다시 안심했다. 비행기 탑승을 위해 발걸음을 돌린 순간, 경찰이 덮쳤다. 비행기 탑승을 불과 10분 앞둔 15일 오후 8시20분. 18시간여의 A씨 범행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공항경찰대에 붙잡힌 A씨는 곧바로 진주경찰서로 압송됐다. 16일 오후 경찰조사를 받던 A씨가 눈물을 떨궜다.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뒤늦은 후회였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15일 새벽 진주에서 3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해외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경찰이 피의자의 범행 증거품을 정리하고 있다.
15일 새벽 진주에서 30대 남성이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해외로 도피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피의자가 경찰조사를 마치고 유치장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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