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로렐라이 언덕의 추억
[객원칼럼] 로렐라이 언덕의 추억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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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독일과 연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있다면 ‘로렐라이 언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배웠던 노래이기 때문이다. 사실 당시에는 외국여행이 엄격히 제한돼 있었고, 오늘날처럼 인터넷 등이 있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전설과 낭만을 담은 이 노래와 배후 스토리는 우리로 하여금 독일을 매우 동경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1980년대에 독일로 유학 갔던 필자에게도 로렐라이에 가보는 것이 큰 꿈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당시 자가용이 없었던 필자로서는 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차를 소지하고 있던 한 유학생의 배려로 드디어 로렐라이 언덕을 방문하게 됐다. 라인강에 다다르자 자동차는 강가를 따라 굽이치는 낭만적인 국도로 진입했다. 마침내 로렐라이로 가는 언덕배기 길에 들어섰을 때 그 설렘과 기대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우리 일행은 로렐라이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 드디어 이곳에 와보는구나’ 하는 감격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언덕에 올라와서 이곳저곳을 돌아보고는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로렐라이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언덕이었고, 관광객을 위한 식당과 기념품가게, 그리고 별스러워 보이지는 않은 조각상이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독일 국기가 바람에 애꿎게 펄럭이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강가에 있는 전설 속 매혹적인 노래의 주인공인 요정 동상을 보러 내려갔다. 우려했던 대로 그 동상도 그 어떠한 신비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우리는 대신 라인강과 그 주변의 언덕, 그 위에 있는 이름 모를 고성,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 등을 보고 하루의 소풍을 즐긴 것으로 만족하면서 돌아왔다.

이러한 로렐라이를 경험한 필자에게 더 큰 고민이 생긴 것은 그 다음부터였다. 한국에서 독일로 여행이나 출장을 온 모든 사람들이 로렐라이 언덕으로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 거기는 별스러운 것이 없고 훨씬 더 독일답고 멋있는 곳이 많다고 설득해도 막무가내로 그곳부터 가자는 것이었다. 그후 상당한 기간 필자는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모시고 로렐라이를 들락거렸던 씁쓸한 추억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러한 로렐라이 추억은 필자에게 좋은 교훈을 남겨 주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곳도 만들기에 따라서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렐라이처럼 옛날이야기를 가진 것은 아니나 진주는 새로운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특히 이제 완성돼 가는 혁신도시는 로렐라이 언덕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와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개념의 도시개발, 다양한 택지와 단지, 수려한 건축물, 최고의 기술력과 인재, 그리고 많은 뒷이야기들이 내포돼 있다.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보배들을 잘 꿰고 엮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가 주목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혁신도시의 다양한 잠재력을 끌어내고 발굴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원센터 건립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혁신도시 이전의 기본목표인 기업·대학·연구소 등의 유치와 이전기관의 연착륙을 지원하는 가칭 ‘산학연 지원센터’이다. 또한 박물관 같은 보물인 혁신도시를 홍보하고 손님을 유치하는 ‘홍보 및 유치 지원센터’도 빠뜨릴 수 없다. 이뿐 아니라 도시 미래상을 정립하고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지원센터도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독일하면 로렐라이를, 한국하면 진주 혁신도시를 연상하도록 만들어 가야만 한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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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소 깜깜이공사 2015-08-18 08:23:47
로렐라이는 보호관찰소가 없죠? 혁신도시엔 아무생각 없는 지방자치단체,법무부에서 보호관찰소를 이전한다고하죠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하는 진주시장은 도대체 무슨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명문혁신도시 운운하더니 결국 그만턴 공원이며 편의시설모두 법죄자들 교육받으러 와서 즐기라고 그러는 거임? 일반 주민들은 무서워 공원도 못가게 만들고 범죄자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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