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 첫 폐사…"손 쓸 틈도 없었다"
적조 첫 폐사…"손 쓸 틈도 없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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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해상 뒤집힌 참돔 허옇게 떠올라…확산속도 빨라 추가 피해 우려
바닷물은 온통 검붉은 색깔로 변했고 악취는 벌써 코를 찔렀다. 양식장으로 접근하자 허연 배를 드러내고 뒤집힌 참돔들은 ‘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앞 해상의 한 가두리양식장.

 배를 타고 양식장으로 다가가자 바닷물이 온통 썩어버린 듯 심한 악취가 엄습해 왔다. 적조 탓에 검붉은 색으로 변한 바다는 더이상 참돔 등 어류가 서식할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10여개로 구획된 이 가두리양식장에서는 어민 5~6명과 국립수산과학원 직원들이 폐사한 양식 어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수질 분석을 위해 흰 통에 바닷물을 담았다. 한 직원은 폐사 원인 정밀 분석을 위해 폐사한 참돔을 수거했다.

 양식장 어민들은 밤사이 폐사한 채 물 위로 떠오른 참돔을 보고 망연자실한 상태였다. 불과 하루 전만하더라도 먹이를 주려고 다가가면 물 위로 힘껏 솟구쳤던 놈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옆으로 드러누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집단 폐사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13일 오후 9시를 기해 전남 고흥∼경남 거제 해역에 내렸던 적조주의보를 적조경보로 대체 발령한지 불과 4일 만에 일어났다. 예상보다 적조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어민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도 바다 밑에서는 유해 적조생물이 꿈틀거리고 있다. 아무리 많은 황토를 퍼부어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민들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날도 가두리양식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해역에서는 황토가 끊임없이 살포되고 있었다.

 올해 얼마나 더 많은 어류가 폐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먹이를 주고 정성껏 돌봐준 참돔 등이 하룻밤 사이 폐사하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국립수산과학원과 거제시 직원들이 폐사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등을 물어보지만 대답할 힘도 나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류 폐사현장을 찾은 권민호 거제시장은 “거제시에서 양식되는 어류는 1000만마리쯤 될 것”이라며 “적조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적조 확산은 일단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수온이 유해 적조생물이 잘 번식할 수 있는 섭씨 영상 24도를 유지하고 있고 황토 살포가 유해 적조생물을 완벽히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제시와 인접한 통영시 등은 황토 살포 등으로 적조 확산을 최대한 막고 있기는 하다.

 이날 적조피해 신고가 접수된 거제 해역을 비롯한 남해군 서면과 남면, 통영시 한산면 등 경남해역의 적조밀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한 어민은 가두리양식장 한쪽에 걸터앉아 “너무 갑작스럽게 폐사가 발생해 손을 쓰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거제시가 가두리양식장 이동 등을 당부했으나 손 쓸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첫 어류 폐사 현장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각에도 유해 적조생물들은 다른 목표를 찾아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자식같은 어류 폐사를 최소화하려는 어민·수산당국과 유해 적조생물간 피말리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취재부종합·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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