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환경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치
[경일포럼] 환경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치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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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어느 날 인류 모두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1년이 지나면 고압전선으로 매년 10억 마리씩 죽었던 새들이 우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날 것이다. 20년 후에는 파나마 운하가 막혀서 남북의 아메리카 대륙이 하나로 합쳐지고,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육로가 생길 것이다. 60년이 지나면 철근이 부식해 대부분의 집들이 붕괴되고 도시는 소멸하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의 유명 언론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앨런 와이즈먼이 1997년 출간한 ‘인간 없는 세상’에서 묘사한 내용이다. 특히 와이즈먼은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사람의 출입통제로 생태계가 완벽하게 탈바꿈한 것을 보고, 지난 7월 제주도 ‘2015 세계리더스보전포럼’에서 방문 경험을 전함과 아울러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는 광복 이후 지난 70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의 부산물로 환경오염이라는 아픔도 겪게 됐다. 대도시는 차량과 공장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와 질소산화물로 스모그가 발생해 중증을 앓게 됐다. 냇가는 각종 오수와 분뇨, 공장폐수로 오염돼 거품과 악취를 풍겼다.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환경개선을 주요 정책과제로 채택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1980년 환경청 설립과 함께 환경정책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0년에는 환경처로, 1994년에는 환경부로 발돋움했다. 환경보전법은 대기, 물, 폐기물, 자연환경 등 환경 매체별로 분화돼 선진국의 환경정책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 다양한 환경제도를 선보였다. 환경청 설립 당시 120억원이었던 예산은 현재 5조7000억원 수준으로 약 470배 증가했다. 예산이 증가한 만큼 환경개선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루만 입어도 와이셔츠 깃이 새까맣게 변하던 도심의 대기오염 문제는 이제 많이 벗어났다. 전국의 주요 강과 도심의 지천들은 그물망처럼 설치된 하수처리장 덕택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사는 생태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에 설치한 상수도는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

유엔 보고서 등에 따르면 전 세계인구는 19세기 10억명에서 현재 73억명, 2060년에는 100억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증가한 만큼 망간, 텅스텐 등 주요광물은 고갈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식량공급, 숲의 개간, 도시화 등에 따라 인류가 지구에 끼치는 부담의 크기는 이미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훨씬 초과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일부에서는 경고한다.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는 가뭄, 태풍,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인류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 문제는 경제, 정치, 안보문제뿐만 아니라 이제는 종교 윤리 차원에서도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에너지·자원문제 등 전 지구적 환경난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에 대하여도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노력을 요구한다. 국내적으로는 미세먼지와 황사, 실내공기질 문제와 같이 안전과 보건 등 환경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온실가스 1인 1t 줄이기, 물절약 행동수칙, 쓰레기 분리수거 등 일상생활 속 작은 노력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환경의 미래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한층 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경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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