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결혼이주여성 창원대 중국어학과 유려원씨
당찬 결혼이주여성 창원대 중국어학과 유려원씨
  • 황용인 기자
  • 승인 2015.08.20 16: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중 문화교류에 기여하고 싶다”
▲ 창원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하는 유려원씨.



도내 대학들이 하반기 졸업 시즌을 맞은 가운데, 30대의 결혼이주여성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유려원(여, 33·중국명 리우리리)씨. 려원씨는 2년전 창원대학교 중국어학과에 편입해 매 학기 장학금을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21일 종합교육관에서 열리는 졸업식에서 최해범 총장으로부터 학사학위를 받을 꿈에 부풀어 있다. 


려원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교수님들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으면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발표하며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특히 결혼을 하고 늦깍이 공부를 해 동생들에게 흉보이지 않도록 수업시간 발표에 앞서 아이들 앞에서 종일 연습을 했더니 애들조차 어려운 내용을 줄줄 외울 정도가 됐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들려줬다.


이어 "나만의 강점을 살려 남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평소 하고 싶은 공부도 더 하고 싶어서 중국학과에 들어왔고, 학교에 다니면서 시야를 많이 넓힐 수 있어 좋았다. 중국어뿐 아니라 중국문화, 경제, 정치 등 예전에 관심이 없었던 분야까지 배웠다. '어디가든 한국어로 중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학생과 가정주부의 바쁜 생활중에도 틈틈이 한국어능력시험 6급, 정보기술자격ITQ 아래한글· 정보기술자격ITQ 한글엑셀·정보기술자격ITQ 파워포인터 등 자격증도 땄다. 려원씨는 료동대학교에서 2002년 9월부터 2006년 7월까지 한국어를 전공했다. 당시 한류열풍속에 한국드라마에 심취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의 대학에서는 한국어 실력이 출중해 곧잘 한국인들의 가이드를 도맡아 했고, 한국 학생들 과외선생님을 수년간 맡기도 하면서 과수석으로 졸업을 한 재원이다.


그녀는 지난 2006년 가을 고국을 떠나 한국땅을 밟았다. 중국(단둥)에서 선교를 나온 지금의 남편을 만나 3년여간의 열애끝에 한국으로 시집을 온 것이다. 오직 사랑하나만 믿고 홀혈단신으로 이국땅에 왔지만, 일가친척하나 없는 한국은 낯설기만 했다. 소금과 고추가루가 들어가는 음식도 맞지 않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예의범절이나 존칭어 사용 등 문화적인 차이도 많아 초기에 적응이 쉽지가 않아도 넋두리를 늘어놓을 친구하나 없었다. 그래도 "뭔가 이 땅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만은 놓치지 않았다. 


려원씨는 가르치는데 남다른 소질이 있어 함안에서 지역아동센터 원어민 강사로 활동을 시작으로, 고등학교평생원어민 강사,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함안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중국어 강사로 활동중인데, 눈높이 수업으로 수강생이 몰려 초보자 외 중급생을 위한 신규 강좌 개설을 앞두고 있다.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가정에선 두 아이의 엄마이며 중국어 교사다. 오바마처럼 대통령이 되는 것이 꿈인 큰 아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쳤는데, 얼마전 경남교육청 주관 '이중언어말하기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2년 연속동상을 받았다. 


그녀는 공부뿐만 아니라 면사무소 행정보조원 등 다채로운 경험도 쌓았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해 창원의 한 복지시설에서 살림을 책임지는 경리업무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또한 일선 경찰서 통역요원 등을 하며 법정에서 전문통역 경험도 쌓았다. 려원씨는 "'범죄에 대한 통역을 하면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실력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실력을 갈고 닦아 최근에는 현대위아에서 통역을 했다.


틈틈이 글쓰기도 좋아해 일간지에 2개월간 칼럼을 연재했고, 2012년에는 모 신문사 주최, '다문화가족 생활수기 체험수기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여성생활공감아이디어 공모페스티벌'에도 출전해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창원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명석하면서도 매사에 성실하고 긍정적인 당찬 여성으로 다문화가정 주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내년이면 한국생활 10년차 주부가 된다. 최근에 고심끝에 중국국적을 포기하고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제 한국에서 뿌리를 내려야 겠다고 각오를 다졌기 때문이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고들 하잖아요. 저에게 일이 주어질 때마다 두려워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달려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앞으로 저의 장점을 살려 한·중 문화교류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려원씨는 활짝 웃었다. 
황용인기자 eunsu@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