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여름밤의 내 친구
[기고] 한여름밤의 내 친구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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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구 (K-water 남강댐관리단 관리팀장)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으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한낮의 온도가 35도에 육박해 단 몇 미터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혔다. 그래도 인근 공사장에선 작업하는 이가 있었다. 사무실에 냉방기 틀고 더위를 식히는 자신의 편안함에 ‘이래도 되나’ 하는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더위를 피해 바닷가나 계곡에 가고 싶어도 50대 중반의 배불뚝이 몸매를 드러낼 용기가 없었다. 밤에는 열대야와의 전쟁이었다. 자다가도 2~3차례 깨어났다. 전기요금이 걱정돼 교외로 이사하면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

그럴 때마다 수돗물이 있어 위안이 됐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수돗물로 샤워하면 잠을 청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컷 수돗물을 사용해도 한 달에 7000원이면 충분하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물값이 너무 싸서 수돗물은 씻고 닦고 하는 허드렛물로만 인식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물값은 독일, 미국의 1/3~1/5에 불과하다. 또한 수돗물 직접 음용비율도 해외 선진국이 30~5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미만이다. 그만큼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특히 더운 날씨로 상수원에 녹조활동이 왕성해지면 수돗물 수질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진다.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는 수도사업자의 외침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어느 조사보고서에서 따르면 “수돗물을 안 마시는 가장 큰 이유가 막연히 불안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껏 수돗물에 문제가 생겨 탈이 났다는 소식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보고서 내용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얼마 전 수돗물과 관련된 신선한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경기도 파주 일부지역에서 단 일 년 만에 수돗물 직접 음용비율이 1%에서 19%로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수도관 세척·수돗물 소독제 농도 최소화·수돗물 전 과정 감시제어 등의 시설투자도 있었지만 옥내 수도관 진단과 더불어 물 블라인드 테스트 등 수돗물 인식개선을 위한 각종 활동이 음용비율 향상에 한몫했다 한다. 이러한 활동과 노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수돗물이 제대로 대접받은 시대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 지독한 폭염과 열대야는 이제 조금씩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더위를 견디게 해준 고마운 내 친구 수돗물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전범구 (K-water 남강댐관리단 관리팀장)

 

사본 -전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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