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자유정신
[이준의 역학이야기] 자유정신
  • 경남일보
  • 승인 2015.08.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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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을 맞자 쌀밥 밥상이든 보리밥 밥상이든 누구나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다. 자유, 해방이란 이렇게도 벅찬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어느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도 억압되지 않고, 어느 상황에서나 자유롭고 편안해 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묻지 마 살인, 충동적 폭력, 보복성 자동차 끼어들기, 폭력적 경적 울리기, 인격무시, 심사가 비틀린 욕설, 댓글 등이 늘어나고 있어 사람들의 마음이 넉넉하지 못하고 자꾸만 황폐하게 바꿔지는 것 같다.

70년대 후반 대구의 모 미군부대 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여러 놀이들 중 우리 눈에 아주 색다르게 비친 놀이가 있다. 그것은 값비싼 신형 고급승용차를 돈을 내고 한 3분 동안 망치로 두들겨 패며 깨는 놀이였는데 참가비가 비싸 참가하는 한국 사람은 없었다. 다만 망치에 두들겨 부서지는 자동차 모습을 보면서 서양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환호성을 내 지르는데 반해, 한국 사람들은 “쯪쯔 저 아까운 것을...” 하며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 순간 기계중심의 현대문명은 도구중심의 유목 농경문화보다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기가 무척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등의 첨단 기계문명들이 더욱 눈부시게 발달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예속되고 불행해질 것만 같았다. 복잡한 기계의 작동방식을 학습하여 그대로 해야 하고, 그럴 만큼 사람은 더욱 억압되고 구속되며, 자유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스마트 로봇이 일상화된다면 덜 떨어진 지력과 감성을 지닌 인간은 완벽한 로봇에게 필시 지배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 터미네이터가 더욱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가 보다.

이런 복잡한 현대문명은 19세기 말에 더욱 발전하였다. 자본과 기술, 노동과 자본, 폭탄과 전쟁, 교활한 국제외교전도 소용돌이쳤다. 이 시기에 태어나, 오로지 돈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갔던 20세기 초엽의 the beautiful age라 불리는 사회의 억압된 모순을 온 몸으로 희극적으로 찰리 채플린이 있었고, 이를 온몸으로 춤추며 영혼의 해방감을 나타내었던 맨발의 무용수 이사도라 던컨이 있었다.

이사도라 던컨의 알려진 명조는 정축년 을사월 경자일이다. 포인트는 역시 일간과 월지이다. 사월 경금은 활짝 핀 꽃이다. 저절로 이 명조에서 사월 봄바람 꽃잎으로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경금의 속성은 봄에는 아름다운 꽃이며, 여름에는 화짝 핀 꽃과 아직 익지 않은 풋과일이며, 가을에는 아주 잘 익은 탐스런 과일이며, 겨울에는 쪼그라진 열매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예술적 감성과 자유분방하였던 실패한 은행가의 딸로 태어난 이사도라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손수 짠 편물을 들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팔아 생계를 이어나가야 할 만큼 궁핍하였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읽어주는 시와 음악을 듣고 행복하였으며, 후에 자신의 진정한 교육은 어머니 발치 아래 누워 있는 동안 이뤄졌으며, 학교 교육은 쓰레기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는 옷이 날개가 아니라 계급과 위선의 구속이라는 미켈란젤로와 인식을 같이 하면서 거추장스런 옷을 벗어 던지고 나체로 춤을 추었으며, 신발을 신지 않고 춤을 추었다. 맨발의 무용수로서 그녀는 행복하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영혼으로 아름답게 기억되며. 내면의 영혼에 따른 그녀의 자유로운 춤은 지금도 회자된다.

그러니 그대 자유로워라. 괜히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 아무도 그대를 주시하지 않는다.

그러니 세속의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의 감각과 수상행식(受想行識)의 비틀린 편견과 왜곡에 너무 놀라지 말라. 다만 자유로운 그대의 영혼을 사랑하라.

그대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 그대 지금 영혼의 춤을 추라.



[이준의 역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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