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품격교육
[교단에서] 품격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5.08.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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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나라엔 국격(國格)이 있고 사람에겐 인격(人格)이 있다. 이 격(格)은 ‘환경이나 사정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말하는데, 인격을 인품이나 품격이라고도 부르고 사람의 평가기준이 되기도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신언서판(身言書判)으로 사람을 평가했는데, 원래 당나라 때 관리를 선발했던 이 기준은 풍채와 언변, 문장력과 판단력으로 선비가 지녀야 할 필수덕목이었다. 특히 풍채는 건강한 신체에 예의 바른 행동도 포함됐다.

일본의 행정관료였고 쇼와여대 학장인 반도 마리코(坂東 眞理子)는 300만부 이상이 팔린 ‘여성의 품격’과 ‘부모의 품격’ 그리고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이란 책을 썼는데, 여기에는 강하고 지혜로우며 더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한 66가지 생활법칙과 자녀의 교육지침 68가지, 그리고 인생 선배가 알려주는 어른의 품격 49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친구를 사귈 때의 예의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는 비법, 인생공부와 자립하기,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 등의 핵심요체는 예의였다.

돈 몇 푼 낸다고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천박한 갑질 손님, 끼어들기를 서슴지 않은 얌체운전자나 그들을 응징하려는 보복운전자, 도로를 무단횡단하거나 공원에서 먹고 마신 흔적을 남기고 떠난 얌체족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난다. 이런 현상은 어릴 때의 버릇을 못 버린 결과일 것이다.

식당에 가면 아이를 식탁 위에 올리기도 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기저귀를 가는 젊은 부모들을 본다. 그 무례함을 지적하면 도끼눈을 하고 쳐다본다. 그래서인지 요즘 서울에선 ‘노 키즈 존(No Kids Zone·아이들 출입금지)’이 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고 반발하는 이들도 있다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조치를 취했을까.

항상 공중도덕을 지키고, 약자를 배려하면서 이웃에 봉사하는 품격 갖춘 아이로 키우는 것은 그 부모의 복이기도 하지만 국익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의 기를 살려 준다고 식당이나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의 무례한 행동을 방치한다면 훗날 이 자식들은 경상도 말로 호로자석(후레자식)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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