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자식이란
부모에게 자식이란
  • 박준언
  • 승인 2015.08.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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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언 기자
박준언기자
최근 김해에서 일어난 존속살인 미수 사건의 뒷얘기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지난 22일 오전 김해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아들이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군 제대 후 오랫동안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던 아들이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부모에게 얹혀 사는 자신의 처지와 이로 인한 가정불화 등이 이어지자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날 사건을 신고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이미 아들이 휘두른 흉기에 어깨를 다친 어머니는 경찰이 아닌 119에 전화해 “다친 사람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하면 혹여나 아들이 잡혀가 처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랬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도 오직 아들의 신변만 걱정하는 모습에 담당경찰 역시 몹시 안타까워했다. 중태인 아버지 역시 자신의 건강보다는 아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에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는 3말 8되의 응혈(凝血)을 흘리고, 8섬 4말의 혈유(血乳)를 먹인다고 했다. 자식 괴로움을 대신 받길 원하고,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녹아내린다고는 하지만, 흉기를 휘두르는 아들 앞에서 자신의 생명보다 아들을 먼저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참으로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보인다.

차디찬 경찰서 철재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들이 부모의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안타까운 참사가벌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부디 개과천선(改過遷善)해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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