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천왕봉 다람쥐’
[경일시론] ‘천왕봉 다람쥐’
  • 경남일보
  • 승인 2015.08.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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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지리산 천왕봉은 온갖 대상이 그냥 서로 반김의 공간이다. 정상을 오르는 과정에 흘린 땀과 육체적인 수고를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 반김의 대상에 새로운 개체가 하나 더 등장하고 있다. 다람쥐다. 지리산 바위 정상에서 만나는 다람쥐는 다람쥐의 일상 활동공간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파격이고, 거기다가 등산객 발 바로 앞에까지 다가와 먹이를 물고 사라지고 또 나타난다. 최근 수차례 천왕봉을 집중적으로 다녀오면서 직접 목격한 모습이다. 생명과 생존의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생명이 손쉬운 생존조건을 찾아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심각한 야생성 훼손문제가 함축돼 있다.



‘야생성 훼손’, 깊은 의미 알아야

지리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름과 휴식의 공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대한 복원 공간이다. 국립공원 종복원센터는 후자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인구증가와 도시팽창, 산업발전과 도로개설로 야생동물 생존환경은 위협받고, 특히 밀렵으로 야생동물의 수가 급격히 감소해 몇몇 종은 멸종위기에 처한 현실을 직시한 까닭이다. 환경부 기준, 서식지 훼손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은 246종으로 최근 23년 동안 3배가 늘었다. 이 때문에 인공적으로 보금자리를 만들어 개체수를 늘리겠다는 게 종복원 사업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이 수십년 걸려도 성공 여부를 장담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실에서 점검돼야할 것은 점검돼야 한다.

점검의 첫째는 멸종위기종을 어느 한 지역에서 복원하기에 앞서 그 지역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연계 기초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달가슴곰 복원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기초조사가 충실하지 아니한 결과다. 그리고 인명피해로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기초조사에 충실해야 한다. 국립공원종복원센터 모니터링한 결과에 의하면 반달가슴곰 이동 행동권은 최대 44.87㎢에서 최소 13.11㎢로 나타나고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넓이가 441.758㎢인 점을 고려해볼 때 향후 개체수 증가로 국립공원 경계를 벗어난 개체관리가 시급한 상황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점검의 둘째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대한 목적을 지역주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공단과 그들이 서로 공감해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계획과 관리에 동참할 수 있는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리산에 터전을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으로 인한 규제와 불편, 그리고 양봉 등 농사 피해에 대한 보상과 대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지역주민들이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지지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유기적 구도설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 산 탐방객을 대상으로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생존, 훼손된 야생성 회복에서 가능

출입금지지역은 야생동물이 천적인 사람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도록 남겨둔 마지막 공간이다. 함부로 버린 쓰레기나 인간의 음식맛에 길들어진 야생동물은 자연으로 되돌아가기 힘들어진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 야생성 회복을 더디게 하기 때문이다. 생존은 훼손된 야생성 회복에서 가능하다. 생존은 자연의 냉정함에서 단련돼야 하는 것이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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