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날 새면 머리 깎아라!
내일 날 새면 머리 깎아라!
  • 경남일보
  • 승인 2015.08.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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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경남교육청 과장)
 
거창에서도 하늘이 제일 가깝다고 할 만한 산골 마을에서 일이다. 갓 초등학교를 마친 더벅머리 소년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롱불 아래 호랑이 아버지 앞에서 큰 중벌을 기다리듯이 무릎 꿇고 조아렸다.

“아버지, 제발 공부가 하고 싶습니다. 학교 좀 보내주십시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년을 농사일이나 도우며 다른 친구들이 중학교 다니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만 하고 있었다.

다시 1년이 지나고 3월이 다 지나가는 데도 아버지께서 중학교에 보내줄 기미가 보이지 않자, 홍길동처럼 결심을 하고 말씀을 올리는 것이었다.

불벼락이 떨어지고 난리가 날 줄 알고는 벌벌 떨고 있었다. 아버지는 심각하게 고심을 하시는 것 같았다.

“내일 날 새면 머리 깎아라.”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셨다. 그렇게 해서 학교에 가게 되었고, 중학교를 못 가면 한(恨)으로 남게 될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재미있는 학교생활이 되었겠는가.

그 더벅머리 중학생은 경남의 교육계에서 모든 궂은일과 고된 업무를 잘 수행하고 8월말이면 허연 백발이 되어 교육장으로 정년퇴임을 하신다.

우리가 그런 좋은 인재를 돈이 없어서 키우지 못했다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인가. 그리고 40년 가까운 교직생활을 헌신적으로 교육해 온 좋은 모습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요즘의 학생들은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억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에게 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귀를 기울여 줄까. 공부뿐만 아니라 매사에 본인이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하기 싫어서 하는 일의 몇 갑절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분의 영광스러운 정년퇴임을 축하드리면서 정년 후의 삶도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기원해 본다.
 김동환 (경남교육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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