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단점 지적하기 이벤트
남의 단점 지적하기 이벤트
  • 경남일보
  • 승인 2015.09.03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동환 (경남교육청 과학직업과장)
김동환
대학 1학년 때 남자만으로 구성된 동아리 회원 열 명이 일주일 간 여름 캠핑을 간 적이 있다. 마음 맞는 남자친구들만 갔기 때문에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도 밥 해먹고 수영하고 놀기만 해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밥 하고 정리하고 설거지하는 등의 역할을 가지고 심한 다툼이 자주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서로가 이상하리만치 짜증스럽고 싫어졌다. 그 바람에 4~5일 지나면서 일주일의 일정을 6일로 단축할 수밖에 없었다.

캠핑을 마치기로 한 마지막 날 저녁에 시골 정자에서 해단식을 했다. 막걸리 통을 앞에 두고 캠핑활동 전반에 대한 반성회를 가졌다. 다음부터는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우리의 개인적 발전도 도모하기 위하여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모르는 단점을 지적해 주기로 했다.

규칙은 본인이 절대 항변을 할 수 없고 수용하기만 해야 하며 모든 사람이 한 마디 이상 지적해 주기로 했다. 우리는 짧은 며칠 사이에 친구들의 단점을 다 본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단점 지적이 그 사람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사람씩 지정한 후 모두가 돌아가면서 우정 어린 충고를 했다. “너무 게으르다. 남의 입장을 너무 이해하지 못한다. 능글맞다. 인상이 나쁘다. 자기 생각만 한다.” 등이다. 3~4명 차례가 돌 때까지는 웃음소리도 나고 의미 있는 수긍도 있었으나 점점 진지해지더니 분위기가 차츰 삭막해져 갔다.

그러던 중 7번째에 갔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너는 비굴하다. 너무 굽실댄다.” 이런 표현까지 해 가면서 단점을 지적하자, 듣고 있던 당사자가 벌떡 일어나면서 싸움판이 벌어졌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것으로 그 이벤트는 끝났으며, 당사자는 그때 생긴 앙금을 수년 간 간직하기도 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 한참 후에는 상대방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이벤트도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재미가 없었으며 왠지 쑥스러워서 진행 도중에 중단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남을 칭찬하고 장점을 말해 주는 것은 힘들어 하면서 비난하고 단점을 말하는 것은 쉽고 편안해 하는 속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김동환 (경남교육청 과학직업과장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