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딸
스무 살 딸
  • 경남일보
  • 승인 2015.09.0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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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선배님요! 저쪽에 붙은 저 MT가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스무 살에 상경하여 대학 게시판 여기저기에 MT 공지가 더덕더덕 붙은 걸 보고 선배들한테 물었던 말입니다. 대학 시절 선후배들과 가는 MT를 떠올리면 여러 추억들이 남아있네요. 그런데 갑자기 왠 MT 이야기냐고요? 올해 대학에 들어간 딸애가 봄에 경기도 가평으로 신입생 첫 MT를 시작으로 얼마나 자주 가던지 제가 ‘MT 및 회식 전문 대학생’이라고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아빠를 닮아 어울리기 좋아하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실 거 같아서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도 새 스마트폰 사준다는 미끼로 못 가게 했는데 입학을 하자마자 MT라는 MT는 찾아서 가더군요. MT를 가는 어느 날 아침에 제발 좀 살살 무탈하게 놀다오라고 당부했더니 아빠도 스무 살 그 시절에는 그렇게 놀았으니 그 피가 어디 가겠냐고 하면서 엄청난 무용담을 기대하게끔 만들더군요.

재수를 해서 올해 대학에 들어간 딸애를 보고 있자니 재밌게 사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29년 전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술자리 이야기, 미팅 이야기도 들리고 맛집을 찾아 약속을 잡으며 들떠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입니다. 귀가시간을 저녁 10시 반으로 못박아 자기는 친구들처럼 대학 생활을 제대로 만끽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이런 저런 투정을 부릴 때는 “그렇게 지낼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거야“라고 얘기해줬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딸애나 아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돌봐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딸애가 대학생이 되고서는 이런 점에 대해 반성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자식이라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모르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딸 아이의 재수시절 지도해주신 입시 선생님을 일전에 만났었는데 미처 몰랐던 딸애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바쁘다는 핑계로 딸애 마음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한번 돌아보세요. 스무살 그때가 가장 행복하지 않으셨나요?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애들이 언제 이렇게 다 컸는지 모르겠네요. 한창 놀고 싶은 나이의 딸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딸아, 스무 살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할 때란다. 누구보다도 즐겁게 행복하게 놀기도 하고 또 시간이 되거든 공부도 좀 하거라!”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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