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우토로의 사천출신 강경남 할머니
고향 떠난 아픈 역사에 시청자 눈물
日우토로의 사천출신 강경남 할머니
고향 떠난 아픈 역사에 시청자 눈물
  • 김귀현
  • 승인 2015.09.06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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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서 사연 소개…한평생 잊지못한 고향생각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일본 우토로 마을의 시간은 여전히 멈춰서 있다. 지난 5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등장한 사천 출신 강경남(91) 할머니의 사연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우토로는 1941년 태평양전쟁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교토 군 비행장 건설에 강제동원되었던 마을. 1300여 명의 조선인노동자가 무리지어 살던 곳이다. 광복 이후 고향으로 돌아갈 경제적 여건이 있었던 이들은 귀국했다. 하지만 노동의 대가마저 받지 못한 조선인들은 이 곳에 모여 오늘날의 우토로를 만들었다.

지난해만 해도 우토로를 지켜온 1세대 생존자는 5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른 현재 1세대 생존자는 강경남 할머니가 유일하다. 사천군 용현면에서 나고 자랐다는 할머니는 여덟살 때 일본 오사카로 건너왔다. 강 할머니는 강제징집된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온 우토로에서 한 평생을 살았다.

할머니는 이후 고향 땅을 한번도 밟은 적이 없다. 어린시절 떠났지만 고향땅 사천에 대해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할머니는 고국을 떠난 지 80년이 되던 해 한국 땅을 밟았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에만 머물다 갔다. 할머니는 “서울이라도 조선땅이라 보고오니 (맺힌 것이) 쑥 내려간다”며 고향 사천에 가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 내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왔다. 방송에서 할머니는 고국을 그리워하며 노래를 불렀다. ‘까마귀 까치 울고 호박꽃 피는 내 고향에(계몽기 가요 ‘총각 진정서’)’, ‘왜정아 전쟁에 목을 안고 진주 남강에 뚝 떨어졌다(각설이타령)’ 등 온통 고향 이야기 뿐이다.

무한도전 출연자인 하하씨가 직접 사천을 방문해 촬영한 동영상을 할머니에게 보여주자 이내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소녀시절 할머니의 발을 적셨을 사천 바다와 오래된 학교 운동장 모습에 결국 눈물이 터졌다. 고향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건만 할머니는 여전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이토록 그리운 고향이지만 고국행은 요원한 일이 되고 말았다.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로 거동이 불편해져 도움 없이 이동하기 힘든 상태다.

이 때문에 선뜻 사천 땅을 밟겠다 결정짓기 어렵다. 더욱이 떠나오던 때 온 가족이 일본으로 온 탓에 고국에 남은 친지 가족도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고향이 그립다. 낯선 이들에게 털어놓은 넋두리마저 할머니의 소원같았다.

“할머니는 나이가 많기 때미 오늘 죽을랑가 내일 죽을랑가 모른다. 그래도 이걸 보고 죽으면 눈 감고 편히 갈 수 있겠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징용된 가족을 찾기 위해 일본에 왔다가 고향 사천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강경남 할머니/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쳐.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징용된 가족을 찾기 위해 일본에 왔다가 고향 사천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강경남 할머니/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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