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교단에서] 인생은 한 권의 책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9.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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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시인· 화개초 왕성분교장 교사)
‘파랑새’를 쓴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191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리스 메테르링크(Maurice Maeterlinck·1862~1949)는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했다.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우리는 매일 한 페이지씩 인생의 책을 써 나아간다. 어떤 사람은 잘 쓰고, 어떤 사람은 잘 못쓰기도 한다. 아름답게 쓰는 이도 있고, 추하게 쓰는 이도 있다. 공허한 페이지를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충실하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쓰는 사람도 있다. 맑은 노래가 담긴 페이지를 쓰는 이도 있고, 더러운 내용으로 가득찬 페이지를 쓰는 이도 있다. 그런가 하면 희망의 노래를 읊는 이도 있고, 절망의 노래를 부르는 이도 있다. 정성스럽게 인생의 책을 써 나아가는 이도 있고, 무책임하게 기록하는 이도 있다.

인생의 책이 세상의 책과 다른 점은 두 번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세상의 책은 잘 못쓰면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 버리거나 절판 내지 해판을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인생의 책은 다시 쓸 수가 없다. 또 다른 사람이 써 줄 수도 없다. 잘 쓰건 못 쓰건 나의 판단과 책임과 노력을 가지고 써 나아가야 한다. 오늘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쌓이고 쌓여서 일생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된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페이지를 정성껏 써야 한다. 책임과 능력과 지혜를 다해서 그날 그날의 페이지를 충실하게 써야 한다. 글을 써 나가되 저마다 인생의 명저를 쓰기에 힘써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왕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당한 수고와 노력을 하지 않고 지름길을 찾으려고 한다. 벼락부자 벼락감투를 탐낸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무슨 일이든 정도를 밟으려는 생각이 점점 희박해지는 것만 같다. 그러다 보니 요행이나 우연과 변칙 그리고 불법의 길을 택하려고만 한다. 우리는 정도를 지켜야만 한다. 만일 인생의 왕도가 있다면, 정도가 바로 왕도인 것이다. 우리는 작은 일이건 큰일이건, 공적인 일이건 사적인 일이건 인생의 정도를 믿고, 정도를 걸어가는 멋지고 값진 자기만의 글을 써 나가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인생을 갈무리하는 시점에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 자신의 명저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감상하고 축하받는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숙향 (시인· 화개초 왕성분교장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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