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방 (진주보호관찰소 원호위원장 )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15명이 모여 2013년 진주보호관찰소 원호위원회를 만들어 교복이나 통학용 자전거를 사주거나 템플스테이, 지리산 둘레길 걷기, 족구게임, 배드민턴 시합을 함께했다. 위원들이 마음을 열고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지만 저마다 가슴 한구석에 숨겨둔 아픔을 쉽사리 꺼내지는 않고 있다.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지금이라도 상담이나 청소년과 관련된 공부를 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5월 지리산 둘레길 걷기에 이어 아이들, 보호관찰소 직원 그리고 우리 위원들을 섞어 편을 나눠 족구시합을 열었다. 나는 한쪽 구석에 서 있기만 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어 힘차게 발길질을 했지만 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신발만 상대편 진영으로 날아가 모두 한바탕 웃었다. 쑥스러웠지만 한바탕 웃음을 제공했음에 만족하고 삼겹살 파티장으로 이동했다.
‘흡입신공’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들의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친한 척을 하니 그때서야 한 녀석이 소주 한 잔을 따라주며 족구시합에서 공을 잘 받는 요령을 알려준다. 드디어 이 녀석들과 ‘말을 섞었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머리와 따로 움직이는 발에게 경고를 하며 내년을 다짐했다.
하지만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후원하고 이야기를 나눌 위원들이 부족한 상태이다. 사회에는 아직도 따뜻한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양지로 인도해야 할 의무가 우리들에게 있다.
아직은 자신의 아픔을 미주알고주알 말하지 않지만 그래도 도와 달라고 몸짓을 하면 어깨를 두드리며 손잡고 이야기할 이웃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끝나지 않을 나의 임무를 계속하기 위해 오늘도 ‘누가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까’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에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
김주방 (진주보호관찰소 원호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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