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납금 50원만 깎아 주이소
공납금 50원만 깎아 주이소
  • 경남일보
  • 승인 2015.09.1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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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경남교육청 과학직업과장)
김동환
50년 전쯤 초등학교 5학년 때 교실에서는 한창 수업 중이었다. 어머니 한 분이 교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노크도 없이 살그머니 들어오셨다. 우리 반 전체는 어리둥절해서 모두 동작 그만인 채 그분을 주시했다. 그분은 담임선생님을 확인하고 돈주머니를 뒤적이면서 “우리 아이 공납금이 얼마나 밀렸습니까?”라고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선생님은 그 학생의 공납금을 삼백 오십 원이라고 하셨다.

그러자 그 어머니는 겸연쩍어 하시면서 “선생님, 우리 집에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50원만 깎아 주시면 안될까 예?”라고 했다. 갑자기 교실 안은 온통 깔깔대며 웃고 난리가 났다. 그 어머니의 아들은 부끄러워서 숨을 곳을 못 찾아 자기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선생님이 “공납금을 깎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하시면서 공손하게 거절하자, 그 어머니는 미안해하시면서도 단호하게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했다. 그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밀린 공납금 몇 달치를 모두 계산하고는 우리 모두를 향해 “공부 잘 해라이…”하시고, 자기 자식과 잘 지내라고도 당부를 하셨다.

그분은 홀어머니로 외아들을 키우기 위해 주변마을로 다니며 방물장수를 했기에 정말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므로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그때는 부모들이 밥을 굶더라도 비싼 공납금을 내면서 자녀를 학교에 다니게 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의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너무 먼 나라 일 같을 것이다.

자녀교육을 위하여 전 국민이 올인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라고 한다. 석유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대신에 인적자원을 채굴하여 성공한 나라로 말하기도 한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커피 열매 수확을 돕거나 식수를 길어오게 하면서 자녀들의 학습을 포기시키는 가난한 나라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등골이 빠지고 입에 풀칠이 어렵더라도 자식을 공부시키기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논밭을 팔거나 재산 1호인 황소도 스스럼없이 팔아버렸다.

돌이켜 본다면 부모님들의 희생과 고생하며 성장한 자녀들이 성실하고 진취적으로 살아온 덕택에 지금의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룬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동환 (경남교육청 과학직업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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