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그리움이란
[월요단상] 그리움이란
  • 경남일보
  • 승인 2015.08.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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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세상의 모든 걸 탐내지 않고 오직 그리워하면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바뀌지 않을까? 계절이 새롭게 다가올 때,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낙엽이 될 때,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질 때라면 그리움은 저마다 깨어나고 우리들은 곧잘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어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딘가 그리운 대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다림을 함께 하며 세상은 한결 의미를 느끼게 된다.

가슴 속에 채우지 못한 빈 터는 누구에게나 있고, 채우지 못하고 또 이룰 수 없었기에 그리움은 있게 마련이다.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누군가가 찾아온 듯 때 묻지 않는 그리움의 대상을 만나지 않을까 한다. 그 대상을 우리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그리움이며, 그 그리움은 영혼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마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들고는 행복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움이란 말없이 눈빛으로 다가서고 싶은 그러한 마음이기에 고통을 감내할 수 있어야 만이 그리움이 움트는 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리움의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으므로 그리움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그의 인품은 만난 이들의 기억 속에 이따금 떠오르며 메아리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억조차 하기 싫은 추억도 있겠지만, 그러나 보잘 것 없는 한 순간의 일일지라도 그 사연을 갈고 다듬어서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 소중히 간직하고는 가다가 꺼내 보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그리움이기도 하다.

곁에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그래서 그리워하며 살아간다는 건 현실로 잡을 수 없는 대상을 향해 혼자만이 생각하며 은밀하게 걸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아니면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 미세한 바닥까지 투명하게 비쳐주는 물속 깊은 곳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고, 정들었던 사람들, 잊지 못할 그리움의 장소, 멀어져만 가는 아름답고 그리운 추억들을 꺼내어 보며 깊은 감회에 젖어들게 된다.

그리움이 있어 삶의 보람이 더해 간다면 순수한 사랑의 감정들을 분명 지니며 산다고 봐야 한다. 아픔의 깊이만큼, 그리움의 넓이만큼 더 성숙해지는 것 또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움은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날 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그 그리움의 대상이 무엇이든 펼쳐진 푸른 하늘을 끝없이 바라보자. 그 대상을 좋아하면서 삶의 아픔도 풀어낼 수 있는 하늘 아래에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같은 시간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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