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국민주
  • 경남일보
  • 승인 2015.09.0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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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오늘은 술 얘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오래전에 우리 조상님들은 막걸리에 안동소주를 섞어서 혼합주로 드셨다고 하더군요. 취향에 따라 진도 홍주를 타서 마시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혼합주의 역사는 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는군요.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요새 직장인들에게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이 단연 인기이지 않습니까?

저는 96년 중진공에 입사하였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얼추 98년부터 이 소맥을 마시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어림잡아 소맥 18년차인 셈이네요. 98년도라면 어쩌면 소맥이 다소 생소한 시기일 수 있는데 저한테 그리고 저희 중진공에 쏘맥을 가장 먼저 도입한 회사 선배님은 소맥을 ‘국민주’라 이름 짓고 부지런히 마시면서 국민주 홍보대사로 활동하였습니다.

왜 이름이 국민주인가? 그 선배의 해설이 그럴 듯 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1차, 2차 다니면서 술 마시기 어려운 사람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일터에 나가야 하기에 일찍 퇴근해서 고단한 몸을 쉬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당한 술이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민가수, 국민타자 등 국민적 성원을 받는 대상에게만 허락하는 그 ‘국민’이란 이름을 누구의 허락도 없이 소맥에다가 붙인 것이었습니다.

2002년 제가 홍보실에서 과장으로 근무할 때입니다. 양주랑 맥주를 섞은 혼합주에 익숙한 출입기자들에게 당시 홍보실장이셨던 그 선배와 저는 우리들이 즐겨 마셨던 국민주를 부단히 소개하고 같이 마셨습니다. 국민주로 하니 술자리를 한 자리에서 일찍 끝낼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그 당시 국민주 한 잔은 지금처럼 맥주 컵으로 반 잔을 채우는 것이 아니고 한 잔 가득 무모할 정도로 부어 마시는 잔이었습니다. 지금은 모 신문사의 편집국장인 당시 한 경제신문 차장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소맥이 촌티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 분입니다. 그러나 잦은 회유와 설득으로 그분도 차차 국민주 맛에 익숙해져 결국은 국민주 홍보대사가 되시더군요. 그때 이후부터 부지런히 국민주를 마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국민주와 함께 일하는 법을 가르쳐준 그 선배는 수 년전 회사를 떠나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선배는 후배직원들과의 친밀감을 위해 국민주라는 말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국민주라는 말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고, 국민주 한 잔과 함께 회사이야기부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두런두런 나누다보면 업무의 고단함도 많이 누그러졌으니 말이죠.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요즘입니다. 후배를 챙기던 그 선배의 따뜻한 웃음과 조언 그리고 국민주가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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