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그림이야기02] 점바치
[빛그림이야기02] 점바치
  • 황선필
  • 승인 2015.09.09 20: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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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2015 ⓒ황선필
▲ 점바치, 2015 ⓒ황선필
 
▲ 점바치, 2015 ⓒ황선필
▲ 점바치, 2015 ⓒ황선필
▲ 점바치, 2015 ⓒ황선필

 

점바치 [점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사람을 가리키는 방언(강원,경상,평안,함남)]



영도다리(대교)는 한국전쟁 피란시절 부산으로 몰려든 실향민들이 흩어진 가족의 소식을 기대하고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모이는 만남의 장소 였다. 이들은 암울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절망 했고, 난리 통에 생 이별한 가족과의 재회는 기약도 할 수 없어 낯선 타향살이와 전쟁이라는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점을 치기 시작했다. 점바치들은 점을 봐주면서 피란민들의 쓰라린 마음을 토닥이며 위로 해줬고 자연스레 영도 다리 아래는 점집이 성황을 이루며 ‘점바치 골목’이 만들어 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전쟁의 상처가 아물듯 점집이 하나 둘 사라지며 한때 50여곳이 성행 했던 이곳은 점점 쇠태해 흉터처럼 낡아 쓰러질듯한 건물 하나에 배남식(84)할머니만 홀로 남아 점바치골목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1940년대 지어진 목조주택인 이곳은 배 할머니에게 남은 마지막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실향민의 추억과 애환을 담고있는 점바치 골목의 역사도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47년 만에 도개(다리 상판 일부를 들어올려 배가 지나가는 통로를 만드는 것) 기능을 회복한 영도다리가 하루평균 2~3천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도개를 가장 잘 조망 할 수 있는 점바치 골목에 건물주가 개발을 위해 할머니에게 퇴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30년이상 월세를 꼬박 꼬박 내면서 잘 지내 온 할머니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마지막까지 함께 골목을 지켰던 김순덕(82)할머니도 3개월전 이곳을 떠나고 부산시와 중구청은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복원작업을 추진하고 할머니가 살고 있는 건물주와 만나 복원작업을 협의 했으나 건물주는 완곡하게 이를 거부 했다.

당장 살 곳조차 막막해진 배 할머니는 “갑자기 집을 비우라고 하면 갈 곳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 하고 구청의 문을 두드려 봤지만 중구청측은 “점바치 골목의 옛 모습 복원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업이 추진돼야 하지만 사유재산이어서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만 들은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역학계에서는 ”부산시가 기본 현황을 파악한 근대 건조물 198개 가운데 철거가 불가능한 문화재 (등록.지정)는 10%도 안되는 17개에 불과하다”며 “최근 10년간 보존가치가 있는 근내 건조물 100개가 사라진것으로 추정하고 낙후된 원도심 활성화가 이뤄지면서 개발 논리에 밀려 근대 건축물이 헐리고 상업시설로 바뀌는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9월12일이면 이사를 해야하는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 자식몰래 집을 구하는 바람에 홍등가로 쫒겨날 위기에 처했지만 뒤늦게 사실을 안 자식들의 도움으로 영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영도다리 옆이면 어디라도 좋으니 점집 할 곳을 마련해 달라”는 배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영도다리 아래서 점바치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30세 아낙의 나이에 아들을 잃고 신통력을 얻어 대구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50여년간 실향민의 애환을 보듬의 준 할머니. 그는 곧 철거될 ‘점바치 골목’의 마지막 점쟁이다. 황선필기자 feel@gnnews.co.kr


이 이야기는 제3회 VON 다큐멘터리 포토 워크샵에서 The Most Improved 상을 수상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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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농부 2016-03-22 12:19:02
11번(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사진)과 12번 (점바치 할머니 아들이 점바치 할머니에게 화 내는 사진)의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12번 자식이 어머니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방을 구한것에 대해 화를 내는 장면과 이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기 때문에 수정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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