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꼴불견 국정감사
[이준의 역학이야기] 꼴불견 국정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5.09.1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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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의 차이를 묻는 이들이 더러 있다. 짧게 말하자면 국정감사는 국회가 매년 정기적으로 국정전반에 관하여 실시하는 감사를 말하고, 국정조사는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실시하는 조사를 말한다.

국정감사 국정조사 모두 국회가 주체이고 대상은 입법, 행정, 사법행정, 국회의 내부운영에 관한 사항 등이다. 다만 헌법재판소 및 법원의 재판, 수사 중 사건에 관여할 목적, 국민 기본권 및 국익 침해,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업무 등에 대해서는 제한되거나 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제한에도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임하는 국회의원의 권능은 막강하다.

물론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으로서의 자격이고, 또 그들도 늘 입에 발린 소리로 국민의 대표기관이란 소리를 읊어대지만, 실제 행태를 가만히 보면 개인의 위세와 욕망을 채우려는 속셈이 역력하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이란 그냥 ‘국회의원 자신’이고, 그들이 말하는 ‘국민의 뜻’이란 그냥 ‘국회의원 자기의 욕망’일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은 ‘자신들’을 ‘국민들의 아픔과 행복’에 맞추는 멸사봉공의 처지에 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란 추상적인 이름을 ‘자기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야욕’에 교묘하게 접목시키는 탁월한 기지를 보인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에 보이는 모습은 매우 지리멸렬하고 무능하지만, 개인의 입지를 굳히는 데는 귀신같은 재주를 발휘한다.

그래도 착한 국민들은 대표기관으로서, 원대한 철학과 격조 높은 품위를 지닌 대리인으로서, 공공의 문제해결과 공익목표를 이루어내는데 천부적 능력을 발휘하는 지도자로서, 서로의 갈등을 상쾌하고 슬기롭게 통합으로 이끌어가는 지혜인으로 의원님을 바라보며 존경하고 사랑하는데, ‘나으리 님’들은 이런 순진한 국민들의 시선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어이없는 모습들이 작렬한다. 의원님들에게서 조화와 슬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녕 꿈에 불과한 것이련가.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이 13만 경찰의 수장인 강신명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으로 권총격발시연을 요구하였다. 언뜻 보기엔 이게 무슨 문제인가, 장난감 권총이라는데, 경찰이라면 당연히 권총격발 매뉴얼 시연쯤은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또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원이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란 상징(象徵, symbol)으로써 실질적 문제를 풀어가고, 공동체 사회를 조화롭게 하기 위해 상징적 장치들을 만들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물(靈物)이다. 하여 사람들의 삶의 방식자체가 상징들의 관계망이라 할 수 있다. 이 상징은 소리, 침묵, 글자, 문장, 그림, 모습, 움직임, 깃발 등 무수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모르면 무식한 것이고, 무시하면 교만한 것이다.

국회에 있어서 국회의사당 자체가 국민들의 의사가 집약된 상징의 공간이고, 국정감사장도 마찬가지이며, 국회의원도, 경찰청장도, 감사행위도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마음이 소로시 담겨있는 준엄한 상징들이다. 이를 장난감 권총 한 자루로 웃기는 개그로 전락시켜버렸으니 몰라서 무능하거나, 알면서도 강행하였다면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잔인한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유대운의원의 관상은 밝은 얼굴에 이마가 훤칠하고 오상이 균형 잡혀 성공과 출세가도를 달려 국회의원까지 되었다. 하지만 좋은 관상을 나쁜 심상과 행위상으로써 아쉽게 먹칠해 버렸다.

이 기회에 우리는 저마다 얼굴값을 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아야 겠다.

 
[이준의 역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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