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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27>양산 오봉산한가위, 도시 인근 산행 어때?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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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4  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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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에서 내려다 본 양산 물금 신도시.


산은 햇살을 받아 보랏빛으로 물들고 물은 맑아서 또렷하게 보여 산수의 경치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곳, 산자수명, 산명수려(山明水麗)한 곳에 인간의 삶터가 있다.

예부터 도시는 강과 바다를 끼고 발달한다. 진주의 남강, 김해·부산의 낙동강과 바다. 마산의 마산항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도시의 명성에 부합하는 명산도 존재한다. 창원 정병·천주산, 김해 신어·굴암산, 마산 무학산, 진주 월아산 국사봉 하동 산청 함양의 지리산도 이에 해당한다. 이른바 고향의 산이다.

양산 오봉산도 그런 산이다. 시민들은 평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와 마음의 안식을 찾는다.

특히 이 산에는 신라의 천재, 최치원선생이 올랐던 전망 좋은 ‘임경대’가 있어 역사적인 의미도 있다. 그는 이곳에서 산과 낙동강 풍경을 감상보며 시 한수를 남겼다.

‘연기(안개)낀 봉우리 빽빽하고 물은 넓고 넓은데 / 물속에 비친 인가(집)푸른 봉우리에 마주 섰네 / 어느 곳 외로운 돛대바람 싣고 가노니 / 아득히 나는 저 새 날아간 자취 없네’

천 년 전 고운의 가슴에 안긴 아름다운 풍경은 요즘 세상에도 회자됐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현장으로 영화 후반부에 그녀(전지현)가 임경대에 서서 견우(차태현)에게 어쩔 수 없는 이별을 고한다.

또한 이 산은 낙동강으로 잠영하는 능선을 따라 산행을 하면서 좌측으로 펼쳐지는 양산시가지를 보는 것도 인상적이다.



▲오봉산은 양산 물금읍 가촌리와 원동면 화제리 사이에 누워 있다. 해발 530m의 낮은 산으로 봉우리가 5개여서 오봉산이다. 영남알프스 신불산→영축산 줄기가 매봉산에서 갈라져 한줄기는 토곡산으로, 다른 한줄기는 화제고개로 고도를 낮춘 뒤 오봉산 제5봉∼2봉까지 고도를 서서히 높이다 마지막 제1봉 오봉산에서 치켜선 뒤 낙동강으로 꼬리를 감추는 형세다. 등산로는 양산 물금초등학교 뒷편→팔각정→작은 오봉산 →암릉→오봉산→임경대→용국사→물금지구대.

▲들머리는 양산시 물금읍 오봉초등학교 뒤편이다.

오전 10시 10분, 시멘트길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팔각정 옆을 돌아 시민들의 체육시설 앞에서 본격적인 산길이다. 계단으로 된 등산로에 돌탑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며 왼쪽은 산허리를 타고 가는 둘레길 코스다. 시민들은 자신의 체력에 맞게 둘레길을 택하거나 정상으로 바로 오르기도 한다.

20분 만에 다시 갈림길. 오른쪽이 작은 오봉산방향이다.

오전 11시, 작은 오봉산에는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벤치가 놓여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체육시설, 팔각정, 패러 활공장이 있다. 이정표는 오봉산 2.4km를 가리킨다.

작은 오봉산을 내려서면 이름 없는 재를 만난다. 왼쪽이 양산 범어 대동아파트, 오른쪽이 화재마을 방향이다.

고도를 다시 높인다. 오름길 중간에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자연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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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양산병원.


산에서 도시를 내려다 본다. 왜인지, 정글을 빠져나온 원시인이 창밖에 열린 신세계를 처음으로 대면하는 것처럼 낯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각양각색의 아파트의 실루엣이 숨이 막히고 또 삭막하다.

그런데 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심정은 갈래 갈래다. 어떤 이는 이 많은 집들 중에 이 몸하나 편히 쉴곳이 없다는 자조가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며 희망을 안고 산을 내려갈 것이다.

낮 12시, 옹골지게 솟아오른 이 산의 유일한 암릉단애지대가 나온다. 길은 암릉 하단 옆으로 나 있고 로프까지 설치돼 있어 이를 의지하며 지날 수 있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휴식하기로 하고 10여m의 암릉을 기어올랐다. 10여명이 앉아 쉴만한 아늑한 공간인데 소나무 몇 그루가 초가을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도록 그늘까지 만들어 준다.

좌우의 조망이 압권이다. 오봉산 동남쪽 양산시가지, 그 너머 부산 장군봉에서 고당봉으로 이어지는 금정산군이 병풍처럼 에둘러 있다.

2009년 5월 23일, 우레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영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사고가 난 직 후 생사를 넘나드는 갈림길에서 긴급히 이송됐다.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 부산대학교 양산병원이 보인다.

오후 1시 25분, 오봉산정상에는 돌탑과 함께 정상석이 놓여 있다. 하산길 솔숲을 빠져나오면 이제부터 조망은 낙동강 영역이다.

S자 형태로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을 끼고 발달한 마을과 바둑판처럼 정리된 전답까지….

그러나 낙동강은 초록색이다. 멀리서 봐도 녹색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가 강을 뒤덮었다. 유독성물질인 녹조류가 크게 번식하면서 마치 ‘녹차라떼’를 연상시킨다.

4대강사업 때문인지는 알수 없으나 15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걸 보면 올해 무더운 날씨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방 폭염이 예년보다 심각한데다, 가뭄으로 유속이 느려진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더 진행해 임경대에 서면 낙동강이 발아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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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골진 암릉과 도시.


오후 2시 34분, 강을 비롯해 주변 전망 180도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최치원선생이 낙동강과 풍경을 바라보며 남긴 시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그곳에 서서 속삭이듯 다가오는 감미로운 강바람을 맞는다.

임경대는 지금까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으나 기록을 바탕으로 위치를 비정(比定)해 새롭게 단장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의 그녀는 임경대 바위 위에서 애인 견우(차태현)에게 외친다. “견우야 미안해∼, 나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여자인가 봐∼미안해∼”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흘러온 낙동강의 유장한 곡선이 산 그리메와 어울려 있다. 특히 저녁 무렵 노을 지는 풍경이 보태지면 환상적이라 할만하다.

임경대에서 반환해 용국사 방향 하산 길에는 신을 모신 크고 작은 제단이 많다. 자연동굴 안에도 있고 바위틈에도 있다.

오후 2시 50분, 용국사, 절집 한 켠에 지하수 한바가지를 들이키면 산행으로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하다. 임도 길을 10여분 더 내려오면 양산경찰서 물금지구대 뒤편에 닿는다. 택시를 이용해 원점회귀하는 데는 10분여분이 걸린다. 산행 거리 7km, 휴식 포함 4시간 50분이 소요됐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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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대 부근 낙동강 풍경
   
▲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한장면. 그녀가 견우에게 소리치는 배경이 임경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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