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리포트] 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순례
[시민기자리포트] 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순례
  • 경남일보
  • 승인 2015.09.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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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시 일어서는 카트만두
[시민기자 리포트]어머니와 함께 한 네팔순례<1> 다시 일어서는 카트만두

 
지난달 14일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해 찾은 보우다사원. 대지진으로 인해 사원 상단 부분이 파손돼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정형민시민기자


2015년 9월 14일 오전 9시 10분. 지진 여파로 네팔을 찾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어졌다고 하지만 카트만두행 대한항공 기내는 거의 만석이었다. 대부분 네팔인과 한국인이었지만, 드문드문 서양 여행객도 눈에 띄었다. 6시간을 넘는 비행 동안 어머니가 아픈 오른쪽 무릎을 연신 어루만지신다. 비행기는 카트만두 상공에서 몇 십분 가까이 하늘을 우회하다가 예정 시간보다 30분 가량 늦게 착륙했다. 카트만두 하늘 한쪽으로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그런지 비행기는 심하게 요동쳤다. 어머니 곁에 앉아있던 한국인 아주머니 한 분은 착륙 후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듯 씩씩하게 네팔 땅을 밟으셨다.

공항 출구를 나서기 직전, 가이드인 푸르바가 손을 흔들며 우리를 맞았다. 푸르바는 지난해 봄, 내가 까그베니를 방문할 때 동행했던 가이드로 셀파 족 출신이다. 1년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바로 포카라행 비행기를 탔지만, 이번에는 무스탕 트레킹 수속 때문에 며칠 카트만두에 머물러야 한다. 택시 밖으로 보이는 카트만두 거리는 1년 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어머니도 “이곳에서 지진이 난 게 맞니?”라며 계속 물으신다. 카트만두에 무사히 도착하신 어머니는 오히려 낡은 택시와 탁한 카트만두 공기 때문에, 차멀미를 하셨다. 다행히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시기 직전에, 택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보우다 사원’ 옆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아침 7시에 인천공항 근처의 호텔을 나서서 네팔 시간으로 오후 2시(한국시간 오후 5시)에 카트만두의 숙소에 도착했으니 장장 10시간이 걸린 셈이다. 나도 힘이 드는데, 어머니는 얼마나 힘이 드실까. 하지만 어머니는 그리워하던 네팔 땅에 도착해서 그런지 겉으로는 무척 평화로워 보이신다.


 
네팔 도착 2일째인 지난달 15일 카드만두 남쪽에 위치한 파탄의 두르바르 광장을 찾은 어머니(가운데)가 이번 여행의 무사안녕을 위해 힌두신에게 기도를 하고 있다. 네와르 건축양식을 감상할 수 있는 두르바르 광장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정형민시민기자


어두워지기 전에 어머니와 함께 숙소에서 나와 좁은 골목을 지나 보우다 사원으로 들어선다. 보우다 사원의 지금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맞을까. 상상했던 것보다 건재하다고 말을 해도 될는지… 큰 피해는 없었는지…. 중앙 탑의 상단부와 한 두 군데 작은 탑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의 복구 공사를 제외하면 보우다 사원의 풍경은 1년 전과 똑같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순례자들이 중앙 탑 주변을 돌며 부처님께 기도를 올린다.

9월 15일 택시를 타고 카트만두 남쪽에 위치한 파탄의 두르바르 광장으로 향한다.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모두 세 곳의 두르바르 광장이 있는데, 카트만두, 파탄, 그리고 박타푸르에 자리잡고 있다. 뛰어난 네와르 건축양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모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파탄의 두르바르 광장도 큰 피해는 없어 보였지만 부분적으로 무너지거나 벽이 갈라져서 나무 지지대를 받친 건물들이 보인다. 네와르 유적을 처음 방문한 어머니는 “아들아, 정말 놀라운 민족이다!”며 감탄사를 연발하신다. 그렇다. 두르바르 광장을 둘러보면, 비록 가난한 나라지만 네팔 민족이 얼마나 위대한 지 깨닫게 된다. 어머니를 위해 오늘 여행은 여기까지. 숙소 근처에 있는 ‘마야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는다. 노모를 모시고 2만원짜리 게스트하우스에 3000원짜리 볶음밥을 먹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욕하지는 않을까.

9월 16일 카트만두 인근에서 지진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산쿠 마을’을 찾았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처음으로 진도 7.5를 넘어서는 지진의 위력을 한눈에 실감한다. 곳곳에 완전히 무너져 폐허처럼 변해버린 건물들이 보인다. 이 마을은 붉은 고벽돌로 지은 전통 가옥들이 많은 탓에 그 피해가 컸다고 한다.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데 한 소녀가 우리 말로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폐허 더미 속에서도 주민들은 반가운 얼굴로 낯선 이방인을 맞아준다. 마침 오늘이 ‘여성의 날’ 같은 축제일이라 화려하게 차려 입은 여성이 많이 보인다. 주민의 얼굴에서 절망보다는 희망의 빛을 본다. 네팔의 하늘은 1년 전과 변함 없이 너무나 맑고 푸르다. 숙소에서 푸르바를 만나 무스탕 트레킹 일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9월 17일 포카라로 넘어가기 전, 카트만두의 두르바르 광장을 방문했다. 파탄의 두르바르 광장과 달리 온전하게 남아 있는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신앙심이 깊은 네팔인들은 늘 그랬듯이 광장 중앙에 위치한 성소에서 힌두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이렇게 히말라야의 신들을 가슴에 품고 살기에 네팔은 다시 의연하게 일어서리라!

오후 1시 10분 포카라 비행기에 오른다. 포카라에서 며칠 휴식을 취한 후 무스탕 트레킹의 기점인 까그베니 마을로 넘어간다.

정형민시민기자

※다음 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무스탕 트레킹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난 16일 카트만두 인근에서 지진피해가 가장 심했던 산쿠마을을 찾았다. 지진으로 인해 지금도 대부분 건물이 폐허상태로 있다. 정형민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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