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승리' 상이군인들의 뜨거운 레이스
'인간 승리' 상이군인들의 뜨거운 레이스
  • 연합뉴스
  • 승인 2015.10.0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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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운동은 절망에 빠진 저를 구원해준 삶의 원동력입니다.”
문경의 푸른 가을 하늘 아래 뜨거운 인간 승리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5일 문경시 국군체육부대 메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남자 상이군인 100m 결승전. 전투에서 포탄을 맞거나 사고를 당해 신체 일부를 잃은 각국 군인 16명이 출전해 승부를 겨뤘다.

 경기는 출전 선수를 장애별로 3등급(A, B·C, D)으로 나눠 치러졌다. A등급엔 무릎 아래 다리에 장애가 있는 선수가, B·C등급은 무릎 위 다리에 장애가 있는 선수와 상체에 장애가 있는 선수가 각각 포함됐다. D등급엔 휠체어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모였다.

 이들에게도 경기 순위에 따라 메달을 주지만 총 메달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비공식 메달이다.  그러나 상이군인들의 레이스는 공식 경기 못지않은 박진감과 감동을 자아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선수들이 출발선에 서자 관중석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큰 응원의 함성이 쏟아졌다.

 출발선에 앉아 심호흡하고 날카롭게 전방을 응시하던 선수들은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리자 번개처럼 앞으로 뛰쳐나갔다. 선수들은 의족이나 의수를 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힘차게 속도를 올리며 결승선으로 달렸다. 한 선수는 다리에 착용한 의족에 문제가 생겨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끝까지 달리는 투혼을 보였다.

 두 다리를 모두 잃어 휠체어 경기에 참가한 4명의 선수도 온 힘을 다해 휠체어를 몰아 결승선을 통과했다. 관중은 순위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 결과 A등급에서는 미국 육군 로버트 브라운(32·오른쪽 무릎 아래 절단) 하사, B·C등급에서는 프랑스 알랭 아칵포(31·오른쪽 팔꿈치 아래 절단) 선수, D등급에서는 미국 해병 이반 시어스(25·양쪽 무릎 위 절단) 병장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D등급 휠체어 경기에서 16.25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시어스 병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2008년 해병에 자원입대해 군 생활을 하다 20세이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 IED(급조 폭발물)이 터져 두 다리를 잃었다.

 시어스 병장은 “폭발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다리를 잃은 것을 알았을 땐 정말 충격을 받았다”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부상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운동을 뽑았다. 그는 “부상당한 다른 사람들과 운동을 통해 경쟁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운동은 삶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당부했다.

 한편, B·C 등급에서는 한 명의 여성 상이군인이 남성들과 승부를 겨뤄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미국 육군 엘리자베스 워실(25) 병장. 그는 같은 등급에서 뛴 6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그는 “비슷한 부상을 입은 남성들과 만나 함께 뛰니 기분이 좋다”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2010년 이라크에서 전투 의무병으로 작전을 수행하다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를 잃은 그는 이번 대회 여자 상이군인 포환던지기 경기에도 참가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워실 병장은 “운동을 통해 아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더욱 많은 여성 상이군인들이 출전해 함께 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전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경북 문경시 호계면 국군체육부대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육상 남자 상이군인 100m 결승전에서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경북 문경시 호계면 국군체육부대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육상 남자 상이군인 A등급 100m 결승전에서 선수들이 역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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