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인심
진주 인심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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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1960년대, 다목적댐이 생기기 전의 남강은 운치가 있었다. 모래사장이 강 양켠으로 넓게 펼쳐졌고 아낙네들의 빨래방망이 소리가 경겨웠다. 상평동 일대는 넓은 모래밭에 드문드문 포플러 나무가 들어선 벌판을 이뤄 학생들의 소풍장소로 애용됐다.

▶추석을 전후해 남강백사장에선 소싸움대회가 열렸고 개천예술제 때마다 동춘스커스단의 공연이 한 달가량 이어졌다. 넓은 모래사장에 말뚝을 쳐 소싸움장을 만들었고 주변에 빙 둘러앉아 경기를 보면서 술잔을 나누던 것이 당시의 멋이었다.

▶개천예술제는 진주 인근 주민들이 가을걷이를 끝내고 모처럼 도시나들이를 하는 기회였다. 갓 수확한 콩, 깨 등 햇곡식을 갖고와 친·인척집에서 며칠씩 묵으며 예술제 구경을 즐겼다. 희귀한 박물과 새로운 문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의 예술제는 다르다.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예년보다 가계지출이 훨씬 늘어났다는 불평이 쏟아진다. 시민들의 혈세로 부담하던 경비를 입장료로 대체한다는 것이 시와 축제 주최자들의 유료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찾아온 친·인척들의 입장료 부담은 소롯이 시민들 몫이어서 이래저래 축제가 축제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향·충절의 도시라는 진주가 도시를 온통 천으로 막아놓고 입장료를 받으니 ‘진주 인심도 많이 야박해졌다’는 인근 촌로들의 말도 귀에 거슬린다. 유등축제가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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