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경남출신 애국 국어학자 선양사업 하루빨리 서두르자
[특별기고] 경남출신 애국 국어학자 선양사업 하루빨리 서두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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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대학교 국어문화원 원장)
시월이 오면 온 나라가 축제로 들썩인다. 그 가운데 10월 9일 우리 글자를 만든 기념일인 한글날이 으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 한글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글 창제 때부터 사대모화 세력에 의해, 일제시대엔 민족말살정책에 의해 수난을 겪었다. 이후 한자맹신주의와 로마자우상주의에 의해 지금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그 와중에 우리글과 말을 지키려고 목숨을 바친 애국 국어학자가 있었기에 우리 한글이 오늘날 이렇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경남에는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목숨을 건 애국 국어학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먼저 의령 출생인 고루 이극로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1929년 ‘조선어사전’(뒷날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편찬 집행위원, 1930년 한글맞춤법 제정위원, 1935년 조선어 표준어 사정위원, 1936년 조선어사전 편찬 전임위원 및 조선어학회 간사장과 같이 조선어학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일을 했던 분이다.

19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사건’으로 검거돼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함흥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1945년 광복을 맞아 풀려났다. 이후 월북해 북한의 문화어 언어규범인 ‘문화어운동사업’을 주도했다. 광복 이전 나라 잃은 시대 애국 국어학자로는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낮게 평가할 수 없는 거목이셨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3년의 옥고를 치렀다면 고루 선생은 6년의 옥고를 치렀다. 조선어학회 사건만 두고 보면 외솔 선생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말이다.

산청 출신의 류렬 선생도 이두 저서인 ‘세나라시기의 리두에 대한 연구’는 향가의 이두 연구로서 남한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이 두 분은 월북했다는 점 때문에 지금까지 주목 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김해 출신 한뫼 이윤재 선생은 국어학자일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로 유명하다. 한글맞춤법 제정에 참여했고, 조선어사전 편찬 등 한글 보급을 통한 민족운동을 했다. 조선어학회사건으로 함흥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의령의 남저 이우식 선생은 1929년 10월 조선어연구회의 조선어사전편찬회에 가입해 조선어학회 기관지 한글 편집비를 지원했다. 그 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돼 고문을 받았으며, 2년 2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조선어학회에 가장 많은 재정적 지원을 했으며 이극로 선생이 언어 독립운동을 전개할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남해 출신의 창남 윤병호 선생, 의령의 한뫼 안호상 선생, 마산의 노산 이은상 선생, 김해의 눈뫼 허웅 선생 등 애국 국어학자가 셀 수 없이 많이 배출한 곳이 바로 우리 경남이다. 광복 이후에도 경남이 다른 지역보다 국어학자를 많이 배출한 것을 보면 경남인의 나라말글 정신은 선대로부터 면면이 이어져 내려온 것 아닌가 한다.

울산에서는 외솔 최현배 선생을 대대적으로 기리고 있고, 대구에서는 애산 이인 선생을 선양하는 일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어학회 사건에 경남의 애국 국어학자가 가장 많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경남도 이러한 애국 국어학자를 기리는 사업이 하루빨리 일어나길 바란다. 한글창제 569돌을 맞아 우리말글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친 경남 출신 애국자들에게 삼가 경의를 표한다.

 
임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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