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장성 편백나무숲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장성 편백나무숲
  • 경남일보
  • 승인 2015.10.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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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한 나무들 사이로 치유의 길을 걷는 곳
▲ 친환경 재료로 만든 치유의 숲길 안내도


용서와 사랑이 진정한 힐링이다.


일상에서 쌓인 가벼운 스트레스나 피로는 여행이나 휴식을 통해 쉽게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이 피딱지처럼 자리잡은 상처나 배신으로 인해 갖게 된 분노를 간직하고 있는 경우, 아무리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마음 속에 부정적 감정이 똬리를 틀고 있는 한 힐링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음 속의 상처나 분노에서 벗어나 진정한 힐링에 닿기 위해서는 여행과 더불어 명상이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아픔을 건넨 상대에게 이해와 용서, 나아가 사랑하는 마음까지 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힐링에 이르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여행과 함께 명상을 통해 진정한 힐링을 할 수 있는 곳, 편백나무와 삼나무로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 힐링의 명소인 전남 장성군 축령산으로 여덟 번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을 떠나본다.

◇힐링의 명소, 축령산의 편백나무숲

전남 장성의 축령산(621.6m) 일대에는 4~50년생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 1148ha가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는데, 한국의 조림왕 고(故)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21여년간 조림하고 가꾸어 지금은 전국 최대 조림지로서 힐링의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임종국 선생이 병으로 쓰러진 후 그가 가꾼 산과 임야들은 사채업자와 채권자들에게 넘어가고 말았는데, 이 중 산림청이 일부를 사들여 지금의 축령산 편백나무숲을 조성하였다. 먹을 것조차 구하기 어렵던 시절에 편백나무 250만 그루, 삼나무 63만 그루, 밤나무 5만4000 그루를 심은 임종국 선생의 집념과 나무에 대한 열정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축령산이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사재를 털고, 빚까지 지면서까지 조림에 열성을 다한 선생의 숲사랑 정신에 존경심을 바친다.

2002년 그 숲을 사들인 산림청은 ‘고(故) 임종국 조림지’로 이름을 지었고, 그 숲을 가꾼 공로가 인정되어 선생의 이름 석 자가 ‘숲의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선생은 자신이 평생 동안 가꾸었던 그 숲에 수목장(樹木葬)되어 지금도 숲과 함께 찾는 이들에게 치유의 선물을 베풀어 주고 계신다. 한 사람의 탁월한 안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에 기대어 삶의 위안을 찾고 힐링을 얻는다. 어쩌면 축령산을 찾는 우리들은 숲을 통해 얻은 행복과 치유라는 선물을 임종국 선생으로부터 무상으로 받고 있는 셈이다.

▲ 축령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


축령산 편백나무숲 힐링산행코스로써 가장 대표적인 것이 <추암마을~공덕비~축령산건강숲길~하늘숲길~산소숲길~숲내음숲길~추암마을 주차장(약10.8km)>으로 되돌아 오늘 길과 <모암 주차장~숲내음숲길~축령산 전망대(정상)~우물터~건강숲길~모암>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다.

산행과 힐링을 함께 하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축령산 정상까지 가셔도 좋고, 건강이 안 좋거나 노약자들은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으로 울창한 ‘치유의 숲’에서 피톤치드를 만끽하면서 쉬면 된다. 특히 산행을 할 때 치유의 길로 닦아 놓은 임도를 이용하여 쉬엄쉬엄 담소를 나누면서 정상까지 걸어가면 삼나무숲길과 편백나무숲길이 번갈아 탐방객들을 맞이해 준다. 쭉쭉 뻗은 나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산행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고 영혼까지도 맑게 해주는 기분이 든다.

 

▲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용서와 사랑이 진정한 힐링이다

용서는

단지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상처 받은 가여운 내 영혼을 위해

숨 쉴 수 있도록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이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이다.

-달라이 라마의 ‘용서’ 중에서-


축령산 정상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오면 건강숲길과 우물터를 만난다. 숲속에서 마음을 풀고 앉아 두어 시간 함께 산행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일도 좋고, 아니면 혼자서 명상을 즐기고 오는 것도 좋다. 특히 명상을 권하고 싶다. 일상에서 쌓인 가벼운 스트레스는 걷기를 통해 해소할 수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분노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편백과 삼나무 숲속에 혼자 앉아서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분노와 상처를 안겨준 상대의 입장으로 돌아가 상대를 이해해주고, 상대를 용서함과 더불어 자신을 용서하고, 마침내 상대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가장 아름다운 힐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때 그냥 이해, 용서, 사랑을 떠올리거나 머릿속으로만 되뇌면 오히려 힐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분노와 아픔이 반복되니까, 승려이자 명상가인 달라이 라마의 저서 ‘용서’에 나오는 구절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거나 메모한 내용을 아주 천천히 마음으로 읽으면서 분노와 상처를 안긴 대상을 이해, 용서, 사랑하고, 그 분노와 상처는 상대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친다면 이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의 대상이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명상을 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분노와 아픔의 뿌리까지도 길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숲, 그리고 이러한 숲을 가꾼 분의 고귀한 정신이 깃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행한 명상과 내면적 성찰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힐링을 이루게 되고 마침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일구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려오는 길,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갈 때 땀과 한숨, 원망이 범벅이었던 내 옷깃에서 은은한 피톤치드 향이 묻어난다.
박종현(시인)
▲ 힐링의 명소가 된 삼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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