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16)영산줄다리기
경남전통예술축제 맛보기 (16)영산줄다리기
  • 정규균 기자
  • 승인 2015.10.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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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닮은 큰줄 땡기며 풍년 기원하는 마을 잔치
 
영산줄다리기
영산줄다리기


영산줄다리기는 줄의 형태와 편나눔, 진잡이, 서낭싸움, 이싸움, 줄다리기를 지휘하는 장군 등의 특징이 있어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됐다.

◇ 유래와 전승

언제부터 시작됐고 전승됐는지 명백하지 않다. 먼 옛날부터 조상들이 시작해서 내려오는 놀이를 그대로 받아서 이어오고 있을 따름이다.

추정은 가능한데 벼농사와 관계에서 출발한 상원놀이라는 점이다. 교교한 달과의 관계 그리고 줄을 걸어서 당긴다는 놀이에서 생산의 근원인 성교의 뜻으로 풍년을 비는 소박한 신앙심의 발원이다. 또한 많은 동민이 한데 어울려서 즐기고 단합하는 세시민속으로 가볍게 봐 널길 수 없는 시원적 종합문화이다.

영산지방에서 예전부터 ‘줄땡긴다’ ‘줄땡기기’로 불려왔다. 칡 갈자를 써서 ‘갈전대회’라는 한자말도 있다. 칡넝쿨을 길게 줄을 만들어 당겼다는 이야기다. 이는 벼농사 이전에도 있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에는 ‘한대정월망죽피대색’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 ‘죽피대색’이 줄다리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망인’이라 불렀고 오끼나와 지방에 있었던 줄다리기가 영산 것과 똑같다고 전해지기도한다. 하지만 성행은 안 되고 있으며 관광용으로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줄다리기는 주로 영남지방을 중심으로 행해져 왔으나 타 지방은 왜정말기나 해방후로 소멸돼버렸고 영산 것만 남아 전승되고 있다. 영산의 진잡이놀이 이싸움 서낭싸움 등 전투형식이 삽입된 것은 특이하다.

벼농사로 얻어진 볏짚으로 줄을 만들어 튼튼하게 끊어지지 않게 만들고 이를 걸어 서로 당겨서 볏줄기가 병 없이 잘 자라기를 기원하는 일종의 ‘의식’인 것이다.

줄을 걸어 당기는 승부는 모든 생명의 기원이 ‘암수의 결합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상에서 출발하며 이 놀이를 잘 치름으로서 생명의 번식 즉 농작의 풍요을 비는 ‘풍년 예의’로 삼았을 것이다.

기능보유자로는 조성국(曺星國, 줄꼬기)님이 있었으나 사망했고, 그 뒤 1995년 김종곤씨가(줄 제작)지정됐다. 해마다 3·1절을 기념하기 위한 3·1문화행사의 하나로 실시해오고 있다.

 
영산줄다리기
영산줄다리기

◇ 작품 내용

창녕군 영산면에 전승되는 민속놀이로서 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이다. 정월 대보름에 벌여온 놀이였는데, 요즘은 양력 3월 1일에 행한다.

현지주민들은 “해마다 줄을 다려야만 시절이 좋고 풍년이 든다.”고 믿어서 이를 벌여왔다고 한다.

줄다리기를 위하여 마을은 동과 서 두 편으로 나뉜다. 편제는 나무쇠싸움의 경우처럼 옛 성(城)을 기준으로 성 안쪽에 위치한 성내리와 교리는 ‘동부’에, 성 밖의 서리와 동리는 ‘서부’에 가담한다.

또 읍 외의 사람들은 구마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마을의 위치에 따라 동서 양편으로 나뉜다. 나무쇠싸움처럼 줄다리기에 수천 명의 응원단이 몰려드는 것은 인근 주민까지 합세하기 때문이다.

줄다리기의 줄을 제작하는 방법은 처음에 새끼를 10여 가닥을 함께 꼬아서 지름 10여㎝의 바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길에 나란히 펴놓고 나서, 다른 새끼로 옆으로 누벼 고정시킨 뒤에 멍석말이 하듯이 한쪽에서부터 접어 굴리면 지름이 50∼60㎝ 굵기의 줄이 된다.

그리고 이를 반으로 접어 묶는데, 두 가닥의 줄이 물음표처럼 접힌 부분이 고리가 되어 상대방 줄을 이에 접합시키고 비녀목이라는 큰 나무토막을 꽂아둔다.

줄다리기 자체는 물론, 양편의 줄 고리에 비녀목을 박는 일 따위를 모두 성행위에 비기는 것도 모두 생산성과 관련이 깊다고 믿기 때문이다.

줄의 길이나 굵기에는 제한이 없어, 규모와 열의에 따라 얼마든지 굵고 길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줄의 길이는 40∼50m이며 몸줄의 지름이 1m가 넘는 경우도 있어 사람이 줄을 타고 앉으면 두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다.

줄이 커서 손으로 잡아당길 수가 없기 때문에 줄 중간 중간에 가늘게 만든 곁줄(벗줄)을 여러 개 매달아 잡아당기기 좋도록 만든다. 끝에는 꽁지줄이라 해서 가는 줄을 10개정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매달릴 수 있도록 한다.

동서 양편에는 대장·중장·소장이 있어 모든 일을 지휘한다.

줄 위에 올라선 대장이 지휘를 하면 줄다리기가 시작되고, 각 마을의 농악대는 빠른 장단으로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

줄당기기가 시작되면 ‘우와아∼’ 하고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 공간과 시간의 힘이 진동해 분위기가 충만해진다. ‘위이야차 ∼위이야차’ 하면서 당기기 시작하면 줄이 쭉쭉 당겨온다.

목줄과 몸줄이 늘어지는 것이다. 당겨지는 것같지만 실제는 늘어지는 것이다. 어느 순간 힘이 맞실리고 줄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작은 젖줄이 끊어지며 일부에서는 사람들이 뒤로 나자빠지는 모습도 연출된다. 거센 합창 소리와 함께 주변에는 온통 먼지가 일고 한바탕 줄다리기 전쟁이 벌어진다.

거대한 줄당기기를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위야차∼’ 소리는 노래요. 당기는 힘의 탄력은 무용에 해당한다.

실로 원시적 가무일체의 예술이 펼쳐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농악대 대신 말을 타고 진(陣)잡이를 벌여서 기세를 올렸으나 근래에는 서낭대와 농악대를 앞세운 각 편 사람들이 행진하며 흥을 돋운다.

줄의 승부는 크게 당겨 가거나 오거나 하면 저절로 결정돼 버리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는 승부를 가늠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중이 참여하는 민속이기에 승부의 판정도 어떤 특정인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대중이 스스로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약간의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그런 정도는 양편이 서로 이겼다고 우겨버리기도 한다. 이외 줄목이 터지면 터진 편이 지는 것으로 승부가 난다.

동서 양편은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 상징되며, 여성인 ‘서부가 이겨야 농사에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후 승부가 결정되면 승전가를 부르며 시내 쪽으로 행진을 한다. 예전에는 이긴 편의 장군과 군중이 관가로 가서 현감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한다. 승전가는 ‘오왜∼오왜’ 이다. 줄메고 어루는 소리인 ‘오왜∼ 징산아’의 앞부분만 부르는 것이다. 또한 박자는 줄 메는 소리보다 템포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긴 편은 ‘사대부’ 진편은 ‘물개똥’이라 부른다. 장군 일행은 신나게 풍물을 울리며 시내 거리를 일주하며 밤이 늦을 때까지 승전의 행진을 하며 즐기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놀이의 줄 모양은 용(龍)을 연상시킨다. ‘줄다리기를 하여야 풍년이 든다’는 믿음도 용을 제작하고 이를 당기는 행사를 펼침으로써 용신(龍神)이 감동하여 물을 풍부하게 내려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온 것이다.

줄다리기는 원래 넓은 보리밭에서 했으나, 지금은 학교운동장으로 바뀌었고 승부 후 이어지는 행사는 시내까지 확장된다.

△줄노래(줄메고 어루는 소리)

(메김)오 왜 징산아 (받음) 오 왜 징산아
(메김)얼시구 절시구 (받음) 오 왜 징산아
(메김)대어 도라 대어 도라 (받음)오 왜 징산아
(메김)부는 안 될기다 (받음)오 왜 징산아
(메김)부는 사대부라 (받음)오 왜 징산아
(메김)부는 물개똥 (받음)오 왜 징산아
(메김)부줄 머리 불이 붙고 (받음)오 왜 징산아
(메김)부줄 머리 꽃이 핀다 (받음)오 왜 징산아
△줄 노래에서 승전가는 ‘오∼왜’ 만 템포를 빠르게 한다.

◇영산줄다리기를 지키는 사람들

▲회장:김종환 ▲부회장:하영준·장덕주·윤종찬 ▲명예보유자:김종곤 ▲전수교육조교:신수식 ▲감사:차창규·어일호 ▲총무이사:박판국 ▲재무이사:안상률 ▲이사:차재현·이칠봉·이승재·임경렬·최수덕·곽태호 ▲이수자:고재진·장윤석·김철련 황영균·김상성·김종명·김종선·황선보 ▲전수생:김동곤 ▲사무장:주은주

자료·사진 제공=영산줄다리기보존회, 창녕/정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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