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우리가 남이가
[객원칼럼] 우리가 남이가
  • 경남일보
  • 승인 2015.10.1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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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리가 남이가’는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배경으로 생긴 유명한 일화이다. 선거는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3자구도로 치러지고 있었다. 3당 합당으로 김영삼을 후보로 선출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처음에는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앞서 치러진 총선에서의 과반수 확보실패와 야당 출신 김영삼 후보에 대한 영남지역의 적대 여론은 선거를 점차 박빙의 승부로 몰아갔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여당의 한 장관이 부산지역 기관장들과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가 남이가’라고 말하면서 여당 결집을 독려했다. 이를 도청한 야당 선거운동원들이 언론에 공개해 여당이 지역감정을 이용하려고 한다는 점을 비판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불법도청이라는 역공을 맞고 말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끼리 뭉쳐서 남을 폄하하고 끌어내리고자 하는 일에 익숙해진 것 같다. 조선시대에도 분파를 조성해 사화를 일으켜 권력과 세력다툼을 벌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귀양 가거나 죽어나갔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군국주의에 협조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갈등의 골은 심각했다. 해방이 되어서도 정부수립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혼란을 겪었다. 남과 북이 갈라선 것도 문제였지만 남쪽 내에서도 다양한 세력들이 무리를 이뤄 좌충우돌하며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결국 골육상잔의 6·25전쟁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야기하게 된다.

그 이후 남북 간에 계속된 냉전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했다.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민주 및 공산진영이 나뉘어서 극심한 대립을 보여주었다. 196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이 최고조에 달해 두 강대국이 소지했던 핵무기만 해도 지구를 수십 번 멸망시킬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인류 삶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친환경 생태운동이다. 이는 자연, 기술, 인간이 서로 공존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그 핵심적 목표로 두고 있다. 이러한 평화와 공생사상은 호응을 얻어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진영논리를 깨뜨리고 공산권의 개방을 이끌어내는 쾌거를 이룬다.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국사 교과서 집필논란은 이런 점에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친일을 철저히 솎아내고 우리를 위협하는 공산주의를 경계하고 몰아내는 것은 당연히 해야만 한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불쑥 이를 들먹여 양극화의 산물인 이념논쟁을 되풀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가 않다.사실 이러한 때에 정작 필요한 것은 대안의 창출이다. 나라가 일제에 위태로울 때 도산 안창호 선생은 홍익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이념인 인류공영을 강조했다. 사화로 나라가 기울어져 갈 때 뜻 있는 선비들이 향토로 복귀하고 교육에 전념해 나라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자 했다.

우리 정치권도 정작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당혹스럽게 하는 이념적 정쟁을 멈추고 우리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21세기의 미래지향적 삶의 대안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반문해 본다. 이는 실제로 우리 모두가 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객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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