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휴대폰과 신독(愼獨)교육
[교단에서] 휴대폰과 신독(愼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5.10.26 13: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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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에 많은 모임을 만들고 자주 어울린다. 그러나 요즘엔 같이 있지만 결코 같이 있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들을 자주 본다.

회사동료로 보이는 7~8명이 식당에 들어와 두 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서 빠른 시간에 메뉴를 선택하고 각자 휴대폰을 꺼내 들고 몰입하다가 음식이 나오면 폭풍흡입하고 몰려나가는 모습이나, 카페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는 각자 자신의 폰에 얼굴을 묻고 대화는 건성이다. 왜 같이 왔는지를 도저히 알 수 없는 이런 광경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인간은 본래 외로운 존재이다. 그래서 시인 정호승은 ‘수선화에게’란 시에서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를 잘 활용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전통사회에서는 이를 ‘신독(愼獨))’이라 했다.

‘신독’은 ‘남이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에서 욕망에 빠지지 않고 삼간다’는 뜻으로 유교의 중요한 수양방법이었다. 율곡은 자경문(自警文)에서 ‘혼자 있을 때 삼갈 줄 알게 되면 비로소 자연을 사랑하며 즐길 수 있는 고상한 뜻을 알게 된다’고 했고, 메이지대학교 사이토 다카시 교수도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란 책에서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고 하면서 혼자 수업 받는 학생이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학생에 비해 학습 몰입도가 높다고 했다. 특히 그는 ‘함께 있다고 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고, 혼자 있을 때 볼 수 없던 것을 본다’고 했다.

근자엔 혼자 있어도 진정 혼자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휴대폰인데, 이 휴대폰이 우리의 삶은 물론 신체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학생들은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휴대폰이 없으면 일상의 삶을 영위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폰을 손에 쥐고, 지인의 무심함과 여행간 남편이나 아내가 연락 없다고 섭섭해하지 말자. 남편의 귀가가 늦다고 짜증을 부리지 말고, 무소식이 ‘나에게 성숙된 사고할 시간이 주어졌구나’라고 생각해 볼 일이고, 폰을 끄고 음식은 혀로 맛보고 풍광은 눈으로 감상해 보자. 힐링이 별 것인가. 휴대폰을 끄면, 그 순간 힐링이 시작된다.

 
문형준 (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교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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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심장 2016-02-10 18:31:09
자신을 성찰할 시간을 잡아먹는
미운 휴대폰입니다.

무슨 대책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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