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자랑스러운 유등축제를 위하여
[특별기고]자랑스러운 유등축제를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5.10.27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정인 (진주시의회 의원)
▲ 서정인

진주축제의 효시라고 한다면 진주소싸움이 아닐까 한다. 진주소싸움은 그 연원과 시민들의 참여도 등 어느 면에서 진주축제의 효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필자는 진주소싸움 옛 모습에 대해, 올해 93세인 부친으로부터 평소 많은 얘기를 들었다. 전국에 수많은 소싸움 대회가 있지만, 진주소싸움만큼은 타 지역의 소싸움하고는 좀 다르다. 그 특징은 진주소싸움은 양반소와 평민소의 싸움이라는 데 있다.

지금은 진주에 많은 읍·면·동이 있지만, 옛날에는 단순히 성 안과 밖이라는 큰 개념의 두 동네로 인식됐다. 그래서 성 안 소와 성 밖 소의 싸움이 됐는데 성 안은 주로 양반들이 살았고 성 밖은 평민들이 살았는데, 양 진영의 사람들이 소를 통해서 대결을 벌이는 것이 진주소싸움이었다고 한다. 신분의 벽이 높았던 시대,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소싸움을 통해서 소통하는 기막히게 절묘한 모습이었다.

소싸움이 열리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이고, 큰 잔치가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 진주는 조선후기 농민운동, 형평운동이 일어났던 곳이다. 소싸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결국 진주시민이 하나가 되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로 승화됐던 것이 바로 진주소싸움이었던 것이다. 신분과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하나가 되는 정신, 이것이 바로 진주축제의 근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등축제도 이러한 훌륭한 전통을 살려서 반목과 갈등에서 벗어나 진주시민을 하나로 묶는 화합의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남강교와 천수교에 쳐졌던 가림막은 문화와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치하지 말았어야 했다. 유등축제도 재정적으로 독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유료화를 하되 시민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 지역 유료화 대신 진주성만 유료화할 것을 제안해 본다. 진주의 역사적·문화적 특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언제가는 진주유등축제의 열기와 특성은 사라져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진주성만 유료화해도 상당히 높은 재정자립도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작년 축제 때 진주성 입장객은 86만명으로 2000원씩 계산해도 17억원이 된다. 부교에서 5억원, 이것만 해도 올해 올린 입장료 수입 22억원보다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세상일이 계산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할 경우 인심을 잃을 염려도 없고 관광객들이 쓰는 부차적 수입도 얻을 수 있다. 또 소망등에 참여한 사람에게 무료입장권을 주고 부교를 확대해도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축제는 재정자립도 80%를 달성했다. 고생한 모든 분들께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높은 재정자립도가 축제성공의 모두가 아니라는 점과 앞으로도 높은 자립도가 계속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유료화로 인한 관광객의 감소는 진주경제 전체로 볼 때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했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행사장에서 한 시민의 ‘시민들을 물로 보나’라는 말씀이 아직도 내 귓전을 맴돈다. 문득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윤동주 선생의 시구가 떠오른다.

서정인 (진주시의회 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