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장기 기증
[객원칼럼] 장기 기증
  • 경남일보
  • 승인 2015.11.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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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학교병원 신경외과교수)
갑작스러운 사고나 뇌출혈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와 가족은 항상 회복돼 퇴원하기를 기대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기게 돼 가족에게는 무한한 슬픔에 빠지고 의료진은 답답하고 우울해진다. 심장은 자발적으로 뛰지만 뇌사상태에 이르게 돼 기계적 호흡과 인위적인 영양공급으로 생명이 유지되는 시점에는 장기기증에 대한 고려를 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장기 이식이 가능한 조직은 양쪽 각막, 심장, 폐, 양쪽 콩팥, 간, 뼈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뇌사라고 판정돼 심장이 정지하는 완전한 사망 사이의 시간에 가족들이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족 중에서 누가 먼저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아니한 분위기에서 장기기증이라는 말을 하기는 정말 어렵다. 병원에서는 뇌사상태인 환자는 한국장기기증원에 신고하도록 법률이 제정돼 의료인은 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유교적 사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부모가 주신 몸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있지만 뇌사상태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장기기증도 뜻 깊은 일이다.

자기의 몸 일부가 여러 사람을 살린다면 무한히 가치 있는 일임은 틀림없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러한 죽음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최선의 치료를 하더라도 최초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는 결국에는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이르게 돼 가족들을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게 한다. 이때의 의료진의 심정은 의사도 인간이기에 삶과 죽음을 관여할 수 없는 단지 인간이기에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기 기증이라는 결단을 내린 가족들은 인간으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일을 실천한 분들로 존경과 극찬을 보내야 마땅할 것이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타인들의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위대한 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일들이 우리 사회를 받치고 있는 원동력이며, 기를 쓰고 싸우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을 한번쯤 뒤돌아보게 만들고 겸손해지게 하는 모습이다. 우리의 죽음도 아름답기 위해서는 장기 기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삶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죽음의 가치도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기만의 위한 삶이었다면 더욱더 남을 위한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아름다울 것 같다. 가장 가치 없는 죽음이 자살이라는 선택이라면 가장 가치 있는 죽음이 장기 기증일 것이다. 최근에 젊은이들이 자살 사이트를 통해 만나 집단으로 자살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정말 주위사람들에게 더 큰 슬픔을 주고 가는 가치 없는 죽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헌혈이 부족해 수술을 할 때에도 자가수혈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건강이 허락된다면 헌혈에도 많은 사람이 나서주어야 한다. 내가 나눠 줄 수 있을 때가 행복한 삶이고 죽음이며, 나눠 주고 싶어도 줄 수도 없는 병을 가진 환자분들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축복받은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 모두가 만드는 것이지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다. 내일이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실천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많을 때 가능할 것 같다.

 
 
황수현 (경상대학교병원 신경외과교수) 객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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